시끄러운 이웃 맨시티, 껄끄러운 이웃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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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난리 난 맨시티

시끄러운 이웃(Noisy Neighbour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를 이렇게 부른다. ‘실력보다는 입이 앞서는 풋내기 팀’이라는 조롱과 멸시가 배어 있다.

 맨유와 맨시티는 같은 지역을 연고로 하는 라이벌이다. 두 팀은 과거부터 치열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왔다. 역대 전적에서는 맨유가 69승 50무 44패로 우위에 있다. 퍼거슨 감독이 맨시티를 ‘시끄러운 이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다.

 그런데 이젠 상황이 좀 달라진 것 같다. 시끄러운 이웃은 껄끄러운 이웃으로 바뀌었다. 더 이상 입으로만 맨유를 꺾겠다고 공언하지 않는다. 맨시티는 2008년부터 꾸준한 투자로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며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 1일(한국시간) 맨체스터 더비에서 승리(1-0)를 챙긴 맨시티는 이제 진지하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퍼거슨 감독은 냉정을 잃었다. 그는 후반 31분 대니얼 웰벡이 거친 백태클을 당하자 맨시티의 로베르트 만치니 감독에게 다가가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내질렀다.

만치니 감독은 차분하게 대응했다. 이티하드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맨시티 팬들은 이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 ‘키득키득’ 웃으며 지켜봤다. 이날 가장 시끄러운 이웃은 70대의 노(老)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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