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통 노사협상 막판 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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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3일째를 맞고 있는 한국통신의 노사협상이 20일 오전 급진전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핵심쟁점인 구조조정에 관한 사항을 놓고 노사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최종합의문 도출에 진통을 겪고 있다.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대목은 인력감축, 회사매각.분할 등 구조조정시 `노사협의''를 거치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노사합의''를 거치도록 할 것인지로, 사측은 `협의''를 고수하고 있는 반면 노측은 이보다 강한 표현을 주장하고 있다.

회사측의 한 관계자는 "노사양측은 현재 각각 마련한 합의서 초안을 바탕으로 의견을 조율하는 단계"라면서 "구조조정에 여전히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최종 합의서 도출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측으로서는 구조조정은 경영권에 관한 사항인 만큼 노조의 주장을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이고, 노측은 불법파업을 감수하면서 관철하려던 사항이어서 쉽게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다.

노조측을 지원하는 민노총은 이날 오전 홈페이지를 통해 `구조조정 노사협의''를 포함한 사측과의 합의내용 6개항을 발표했으나, 오후들어 한통노조는 홈페이지에서 "기획예산처가 (합의내용) 일부를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장기파업에 대해서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며 오전의 태도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노조 입장에 대해 주변에서는 `구조조정 노사협의''에 관한 합의내용을 조합원들에 알림으로써 반발을 유도, 협상테이블에서 뒤집기를 시도하기 위한 노조의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노조는 "기획예산처가 (합의내용을)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합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면서 파업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노조가 이미 `구조조정 노사협의''를 수용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어 사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3의 쟁점이 있기 때문에 최종 합의문 도출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처럼 한통노사간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데다 민노총이 노측을 지원하고 있고, 사측도 핵심쟁점에 대해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어서 최종합의 도출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한편 한통노사는 ▲명예.희망퇴직 신청 추가접수 중단 ▲사측이 추진한 `인력풀제''의 노사협의후 시행 ▲명퇴자를 위한 명퇴위로금 모금 중단 ▲노사 동수의 민영화관련 위원회 구성 ▲급식비 인상 등 보수문제 12월중 해결 등 5개항에 대해서는 거의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명퇴 및 희망퇴직과 관련, 노조측은 그동안 명퇴.희망퇴직 신청의 원천무효를 주장한 데서 물러나 추가적인 명퇴.희망퇴직 접수를 중단하는 선으로 양보, 이번 한통의 인력구조조정 폭은 1천9백여명선에서 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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