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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이천수, '왜 이리 꼬이나'

중앙일보

입력

이천수, "왜이리 꼬이나..."

'앙팡테리블' 이천수(19.고려대.MF)가 젊은 나이에 벌써 '꼬마 악바리'로 되어가고 있다.

시드니에서 무릎부상과 테헤란에서의 어깨탈골로 심신이 지칠대로 지친 이천수.

어깨탈골이 의외로 심해 수술까지도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20세기를 마감하는 한일전 출전을 위해 모든걸 접고 오로지 훈련에만 전념하고 있는 그에게 또다시 가슴이 아파왔다.

지난 16일 대구대와의 연습경기에서 전반 중반 상대 수비수와 몸싸움하며 넘어지다 그만 가슴부위에 충격을 받았다. 경기 종료 후 인근 울산대병원에서 검사를 했을 땐 왼쪽 갈비뼈에 이상이 있다는 결과가 나와 한일전을 앞둔 대표팀 코치들을 긴장시켰으나 서울에서 다시 검사한 결과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다행이다.

한일전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하기 하루 전인 지난 17일 저녁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도 "신문에 보도된 것 만큼 많이 다치지 않았다"며 "20일 한일전에 뛰는데는 지장없으니깐 그날 경기에서 골을 넣을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만 해달라"고 농담을 건냈다.

이천수에게는 이번 한일전은 남다르다. 올해 초부터 국가대표에 뽑혀 A메치에 출전하긴 했으나 '숙명의 라이벌'인 일본과의 경기를 상대해 보지 않은 국가대표는 진정한 국가대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8일 잠실에서 있은 정기전에 후반전 교체 멤버로 출전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수비수 김태영(전남)이 갑작스러운 퇴장으로 잠실에서 '이천수 드라마'를 쓰지 못했다.

그러나 이젠 장소를 적지인 일본 도쿄주립 경기장으로 옮겨서 한일전 첫 출장과 동시에 '이천수 드라마'를 꼭 쓰고, 아직까지도 아시아 축구의 맹주는 한국이라는 걸 팬들에게 보여주고 말겠다는게 그의 굳은 의지다.

몸도 이렇게 아프지만 마음 한구석이 또 편치않은 또다른 이유가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 1학년인 그는 올시즌을 마치고 해외진출을 학교측과 합의한 상태였다.

특히 J-리그 주빌로 이와타와 세레소 오사카 등 여러 팀에서 그에게 꾸준히 '구애작전'을 펴며 '이천수 모셔가기'를 폈으나 상대적으로 더 좋은 조건을 주빌로 이와타가 제시해 계약서에 사인만 남겨 두는가 싶었다.

그러나 이천수는 이동국, 설기현등과 함께 2002 프로젝트 명단에 있어 대한축구협회에서는 'J-리그 불허' 방침을 펴며 또다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뚜렷하게 자신의 진로를 제시해 주지도 못하면서 나가서 더 많은 축구 기술을 배워 오겠다는 것 자체를 막고나오니 답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두 문제의 해결방법은 모두 다 20일 저녁 7시 도쿄국립 경기장에서 결정난다. 만약 차질없이 '이천수 드라마'만 성립되면 올 일년을 기분좋게 마감하며 건강도 회복할 수 있고, 이날 도쿄에는 유럽 명문구단 스카우터들이 즐비할 건 자명하기 때문이다.

암튼 이제 이틀 앞으로 다가온 20세기 대미를 장식할 한일전에서의 승리를 기원하며, '밀레니엄 특급' 이천수의 화려한 '골 세레모니'도 함께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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