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주는 소통의 멘토링 … 그 아이가 밝아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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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양재동의 북카페에서 열린 ‘멘토링 대담’에서 전직 야구선수 양준혁씨와 대학생 3인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박은정·고수정·양준혁·오준범씨.

“평생 팬들에게 사랑만 받고 살면서 돌려줄 생각은 은퇴한 뒤에야 하게 됐어요. 제가 받은 것을 조금이라도 돌려주려고 양준혁 야구재단을 만들고 멘토링을 시작했습니다.”

‘양신’으로 불리는 전직 야구선수 양준혁(43)씨는 23일 서울 양재동의 북카페 ‘보노보’에서 열린 휴먼네트워크 ‘멘토링 대담’에서 ‘양준혁야구재단’을 만든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보건복지부 휴먼네트워크 사업은 개인적 역량을 가진 ‘멘토’와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일대일로 연결하는 멘토링 사업이다. 현재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다.

양씨는 지난해 11월부터 다문화가정 4~6학년 초등학생 17명을 선발해 ‘멘토링 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이 야구를 통해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야구선수 양성이 목적이 아니어서 ‘양신’의 역할은 의외로 소박하다. 양씨는 “멘티들에게 자주 전화하고, 한 달에 두 번은 꼭 만나는 게 내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말했다.

대담에 참여한 대학생 3인도 맞장구를 쳤다. 고수정(22·고려대 행정학과 4)씨는 중앙일보 ‘공신 프로젝트’를 통해 멘토링을 처음 접했다. 고씨가 만난 멘티는 당시 중학교 2학년생이었다. 고씨는 소심하고 터놓고 말할 친구도 없는 소녀를 위해 ‘소통 통로’가 되기로 결심했다. 자주 만나고 자주 얘기했다. 그러다 보니 둘은 단짝처럼 친해졌고, 멘티는 밝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변했다. 고씨는 “내가 누군가의 인생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오준범(24·홍익대 광고홍보 4)씨는 ‘스펙’을 쌓을 목적으로 시작했다가 멘토링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는 “처음엔 이력서에 봉사활동 내역 한 줄을 더 넣기 위해 휴먼네트워크 사업의 대학생 서포터스 활동을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오씨는 멘토링 활동의 매력에 흠뻑 빠졌고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하루빨리 멘티와 결연을 맺고 싶다”고 말했다. 박은정(22·이화여대 전자공학과 4)씨는 멘토링이 인생을 바꿔놓은 경우다. 중앙일보 공신프로젝트로 멘토링과 인연을 맺고, ‘한국대학생멘토연합’이라는 단체를 창단했다. 고등학교에 찾아가 힘들었던 고3 생활을 먼저 털어놓고 멘티들을 위로하는 ‘찾아가는 멘토링’을 진행했다.

최근엔 이 경력을 높이 산 한 대기업의 인턴직원으로 채용됐다. 박씨는 “면접에서 다른 지원자들이 해외연수 얘기를 할 때 나는 멘토링의 감동에 대해 얘기했다”고 말했다.

휴먼네트워크 사무국은 더 많은 학생이 멘토링에 참여할 수 있도록 5월 2일 홍대입구역에 있는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양준혁씨와 구글러 김태원씨가 함께하는 특강을 진행한다. 참여를 원하는 학생은 복지부 휴먼네트워크 홈페이지(hu mannet.or.kr)에 접속해 멘토 또는 멘티 신청을 하면 된다.

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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