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5월 월급 통일항아리에 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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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명박 대통령이 5월 월급의 일부를 ‘통일 항아리’에 담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28일 청와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통일기금의 필요성을 거론하자 “5월 월급을 통일 항아리에 넣겠다”고 말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자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그것(이 대통령의 기부)을 통일 항아리 1호로 해야겠다”고 했다고 한다.

 통일 항아리는 정부 출연금뿐 아니라 민간 출연금, 남북협력기금 불용액 등을 재원으로 삼는 계정(통일 계정)을 가리킨다. 정의화·김충환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발의한 남북협력기금법 개정안의 요체다. 통일부는 2030년 통일될 경우 초기 1년간 최소 55조원의 통일비용이 든다는 가정 아래 향후 20년간 그만큼의 재원을 통일 항아리에 담아두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국회에서 개정안 처리가 안 돼 모금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에선 “이 대통령이 통일 항아리 기부 발언을 통해 관련 법안을 처리해 달라고 정치권에 요청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통일정책 최고위 과정 특강에서 “여러 의미에서 통일 항아리를 만들었다는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낼 액수는 월급의 일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의 올 연봉은 1억8641만원으로 매달 1000만원 안팎이다. 그러나 월급 대부분은 이미 각종 기부 용도로 지출되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매달 고정적으로 기부하는 곳도, 사안에 따라 지원하는 곳도 있다”며 “통일 항아리에 구체적으로 얼마를 기부하게 될지는 좀 더 지나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며 “우리 정권이 아니라 다음 정부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확고히 우리 정부가 지켜 나가는 게 역사적 소명”이란 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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