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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협박해 성매매 60번 시킨 10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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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해 9월 경기도 성남시 A고교에 다니다 학교를 그만둔 B양(18)에게 전화가 왔다. 중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동창생 장모(18)양이었다. 장양은 학교에서 악명 높은 일진그룹의 멤버였다. “분당의 한 유흥가로 나오라”는 장양의 말에 덜컥 겁이 났다. 그러나 거부할 수 없었다.

 약속 장소에 가니 장양과 여러 명의 동창생이 모여 있었다. 아이들은 오랜만이라며 친한 척을 하더니 B양을 어딘가로 데려갔다. 이들이 끌고 간 곳은 모텔이었다. 장양 등은 B양에게 “조건만남을 해서 돈을 벌자”고 제안했다. 거절하자 집단폭행과 협박이 시작됐다. 공포에 질려 더 이상 저항할 수 없었다.

 장양 무리는 16명이나 됐다. 3명만 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나머지는 중퇴한 상태였다. 가출해 모텔을 떠돌다 돈이 떨어지자 동급생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해 돈을 벌기로 계획하고 B양에게 접근한 것이다. B양은 이들의 감시와 통제 속에서 3개월 동안 성매매의 노예가 돼야 했다. 많게는 하루에 세 번까지 성매매에 응했다.

 이들은 ‘060-’ ‘080-’으로 시작하는 남성 전용 대화방을 통해 성매수 남성을 찾았다. 전화가 연결되면 성매매 대가(5만~15만원)를 흥정하고 자신들이 묵고 있는 모텔로 남성들을 불러들였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60여 차례. 화대만 700만원이 넘었다. 이 돈은 모두 장양 등의 생활비와 유흥비로 쓰였다. B양은 모텔방에 감금된 채 강요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성매매에 응한 남자들은 B양이 미성년자임을 알면서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성매매로 번 돈을 나누는 문제로 장양 등이 다투며 관심을 두지 않은 뒤에야 B양은 속박에서 풀려났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장양 등 10대 청소년 16명을 붙잡아 4명을 성매매 강요와 감금·폭행·금품갈취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12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지방에서 전학을 와 평소 따돌림을 당하다 학교를 그만둔 B양은 첫 번째 희생양이었다.

 장양 등은 B양을 성매매시키는 동안 다른 동급생들에게도 성매매를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A고를 중퇴했거나 다니고 있는 동창 4명에게 차례로 접근해 감금과 폭행을 하며 성매매를 강요했다. 다행히 나머지 피해자들은 강하게 저항해 성매매에 이용되지 않았다. B양은 청소년보호시설로 보내져 심리 치료와 보호를 받고 있다.

 이 밖에 일진 후배들에게 노역을 시키고 일당을 빼앗아 온 용인 지역 중·고교 일진 출신 청소년 18명도 붙잡혔다. 3명은 구속됐다. 이들은 2007년부터 일진 후배들로부터 500여 차례에 걸쳐 7000만원어치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후배 20여 명을 용인·광주 지역 수해복구 현장에 내보내 일을 시킨 뒤 일당을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확인된 가해자와 피해자 대부분이 학교를 중퇴해 사회적 관심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다”며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성남=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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