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전함 나데시코 극장판- Prince Of darkness〉

중앙일보

입력

SBS에서 '기동전함 나데카'라는 이름으로 방영된 제벡스사 제작 애니메이션인 〈기동전함 나데시코〉. 이 애니메이션이 거쳐온 길은 험난 그 자체였다.

〈신세기 에반게리온〉 〈천공의 에스카플로네〉등 90년대 말,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 상승을 주도했던 동경 TV에서 〈에반게리온〉이나 〈에스카플로네〉가 방영했던 시간과 동일 시간대에 방영을 시작했었다. 그러나 너무 형편없는 시청률을 기록, 저녁 애니메이션 타임(일본에서는 저녁 2시쯤부터 애니메이션을 방영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저녁 애니메이션 타임'이라 부르겠다)에도 방영되지 않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입 소문으로 돌고 돌아, 일본 오타쿠(여기서는 애니메이션 광이라는 뜻)들의 열렬한 요구에 의해서 재방영을 했는데, 거기서 〈에반게리온〉 〈에스카플로네〉등에 뒤이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인기리에 방영이 끝난 TV판에 이어 만들어진 것이 〈기도전함 나데시코 극장판-Prince Of darkness〉다. 극장판도 입 소문을 타고 우리나라까지 알려져서 직접 일본에까지 가서 극장판으로 보고 온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TV판의 나데시코는 코믹과 액션을 동시에 추구하여, 그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애니메이션이다. 요리사가 되고 싶은 에스테바리스(전투 로봇)의 파일럿인 텐카와 아키토와, 네르갈 중공업의 신형 전함의 함장이 된 천재소녀 미스마루 유리카. 둘은 화성에서 유치원 동창이었는데, 둘은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다. 아키토는 나데시코에 탑승하여 나데시코의 사람들과 함께 화성으로도 가고 목성 도마뱀들과 싸움도 하고...그러다가 전쟁은 끝나게 된다.

TV 판의 재미라고 한다면, 등장 인물들의 개성과 그 개성을 이용한 코믹이다. 주인공급인 줄 알았더니 2화에서 죽어버리는 '가이'라던가, 열혈 애니메이션, '게키강가'를 좋아하는 아키토와 목성 도마뱀람들. 작전에 있어서는 천재지만, 아키토만을 좋아해서 상식을 벗어한 행동을 하는 유리카, 언제나 심각하게 보이지만 TV 상영동안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전자의 요정 루리 등등... 보고만 있어도 즐거운 스토리가 줄줄이 이어진다.

그런 TV판의 재미를 이어 만들어진 극장판은, 전에 없던 심각함으로 시작된다.
TV판의 마지막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여(?) 결혼에 성공하고 3년이 흐른다. 그 사이 나데시코의 승무원들은 각자의 길을 찾아서 여러 방면에 흩어지는데, 화성의 후계자라 자칭하는 전 목성군의 장군이 쿠테타를 감행하여, 화성의 유적이 되어버린 유리카를 납치해간다. 그 장면을 목격한 나데시코 B의 함장인 루리는 나데시코의 옛 승무원을 다시 모아 화성의 후계자군과 전쟁을 시작한다.

한편 TV판에서 주인공이었던 텐카와 아키토는 화성군에 납치되어 갖가지 실험을 당하여, 모든 감각을 잃어버린다. 게다가 자신이 사랑하는 유리카마저 유적화되어 적에게 빼앗기자 스스로 복수의 화신이 되어 적과 싸움을 시작한다. 화성군과 싸우는 나데시코의 승무원, 그리고 자신의 복수를 위해 싸우는 텐카와 아키토. 싸움은 결국 나데시코와 아키토가 이기지만, 아키토는 유리카를 남겨둔 채 멀리 떠난다...는 내용이다.

먼저 아쉬운 점부터 이야기해 보면, 이 애니메이션은 극장판 답지 않게 스토리가 너무 없다. 복수라는 심각한 내용인데 비해서 결말은 너무 쉽게 끝나버린다. 기, 승, 전, 결로 연결 될 것이 '전'이 빠져서 결의 앞쪽에서 갑자기 최고조로 당하고 바로 끝나버리는 것 같이 느껴진다. 필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극장판을 2개로 만들더라도(신세기 에반게리온 처럼) 좀더 스토리가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완성했으면 더욱 괜찮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에벡스는 과감히 주인공의 성격을 바꾸고, 무엇보다 주인공 자체를 바꾸어버리는 용단(?)을 내렸다. 텐카와 아키토는 TV판에서 코믹함이 위주였던 캐릭터였는데 극장판이 되면서 복수의 화신으로 차가운 이미지가 강하게 되었다.

또 TV판에서 가장 인기가 좋았던 루리를 주인공으로 바꾸어버렸다. 루리의 캐릭터를 전면에 부각하면서 더욱 인기를 끌려고 했던 의도가 완벽하게 들어맞아서, 그녀를 가리키는 '전자의 요정'이라는 CD는 불티난 듯이 팔렸다. 기타 캐릭터는 대부분 TV판의 성격 그대로를 가져왔다. 그런 캐릭터 덕분에 코믹함이 사라지지 않고 TV판에서부터의 팬들을 이어왔다.

지금까지 설명해온 애니메이션에 비해서 비교적 최근작인 만큼 깔끔하게 쓰이는 CG(Computer Graphic)도 볼만한 작품이다. 우주 코로니 라던가 애니메이션속의 컴퓨터 화면 등은 그대로 CG를 이용하고 있다. 입 소문으로 되살아난 애니메이션인 만큼 인기도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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