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함세웅 … 숨은 손 ‘원탁회의’ 월권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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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재야 원로들의 모임인 ‘희망2013·승리2012 원탁회의’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민주통합당 이해찬 고문과 박지원 최고위원 간 ‘당대표·원내대표 투톱 밀약’을 적극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당장 당내에선 “원탁회의가 당무에까지 개입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원탁회의는 지난해 7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함세웅 신부, 김상근 목사 등 야권 원로 21명이 “2012년 대선 승리를 통해 2013년 정권교체를 이루자”는 취지에서 발족했다. 4·11 총선을 앞두고는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선거연대가 결렬 직전이었을 때 ‘비상시국회의’를 꾸려 타결을 유도했다. 그 외에도 야권 전체에 무슨 일이 벌어질 때마다 ‘원로원(元老院)’ 역할을 하며 방향을 제시해 왔다.

 이해찬 고문이 25일 백 교수 등 원탁회의 멤버들과 오찬을 하면서 자신의 투톱 구상을 설명했던 것도 이들의 권위에 기대려는 뜻이었다는 분석이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26일 원내대표 경선 출마로 입장을 정한 뒤 “원탁회의에서 투톱 시스템으로 일치단결하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했다.

 당내 일부 의원은 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이 ‘월권’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수도권 한 중진 의원은 “야권연대처럼 당 대 당의 문제에 원로들이 중재를 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당대표·원내대표 선거는 어디까지나 당 내부의 일”이라며 “그분들이 나설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이 고문과 박 최고위원이 원로를 이용하려 했던 게 아니냐”고도 했다. 야권연대는 공적인 이슈지만 당직 경선은 내부 계파 간의 사적 경쟁이라는 시각이다. 여기에 원로들이 끼어들 경우 스스로 객관적 권위를 실추시킨다는 게 반발하는 의원들의 논리다.

 논란이 확산되자 일부 원탁회의 멤버는 민주당 내에서 반발하는 인사들에게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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