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경제관계 특별기고] "한국 개방폭 넓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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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행정부가 집권했던 지난 8년간 한.미 양국간 경제관계는 한마디로 탄탄대로였다. 이는 각종 수치로 증명된다.

양국 교역량은 1992년에는 3백10억달러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5백40억달러로 늘었고, 올해는 7백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의 대한(對韓) 직접투자도 92년에는 3억7천9백만달러였으나 지난해에는 37억달러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이 미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 가운데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주한 미 상공회의소 회원은 2천명을 넘어섰고, 관련 기업도 9백개에 달한다.

한국의 시장개방에도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93년에는 한국의 육류시장 개방이 논의됐고 96년과 97년에는 통신시장 개방문제가 진일보했으며, 98년에는 자동차시장 개방에 대한 양해각서가 체결됐다.

이뿐만 아니다. 양국은 국제무역질서 확립이라는 측면에서도 서로 협력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의 탄생을 가져온 우루과이 라운드 체제 구축에 긴밀히 협력했으며, 일련의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미국은 한국의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에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모든 부문에서 양국의 경제관계는 성공적이었다. 앞으로도 이를 기반으로 보다 성숙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양국의 과제는 과거 8년간 성공적으로 유지해온 관계를 어떻게 계속 유지하고 발전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양국간 경제 현안이 해결돼야 할 것이다.

우선 한국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미국 상품에 대한 시장개방의 문호를 더욱 넓혀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이 급격히 늘고 있는 데 반해 미제 자동차의 한국 시장 접근은 아직도 제한적이다.

미국의 영화와 소프트웨어.서적에 대한 지적 재산권도 더욱 보호돼야 한다. 미국의 제약업계나 통신.육류업계는 현재 한국의 시장개방 정도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미국의 철강업계는 한국 철강의 대미 수출이 급증하는 데 대해 못마땅해 하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 이같은 불만이 아직 적개심이나 반목으로 치닫지는 않고 있다.

지난 수년간 양국이 상호 신뢰와 이해로 현안을 타결해온 만큼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확신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으로 남북한 긴장완화가 가시화하고 있어 양국 기업간 무역교류는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한 미 상공회의소는 미국 기업들의 북한 방문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문제가 있다면 한반도 긴장완화 차원에서 추진 중인 대북 지원과정에서 한.미 양국이 어떻게 정책을 조율하느냐 하는 것이다.

대북 지원을 위해서는 북한이 세계은행과 IMF.아시아개발은행(ADB)에 가입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때 북한 경제의 유동성과 투자의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등의 문제가 논란거리다.

북한 경제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부양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양국간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나는 97년 IMF 경제체제 아래에서 한국 국민이 보여준 '금모으기 운동' 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이같은 정신이 경제위기를 이겨낸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 국민 대다수는 아직도 한국 경제의 구조적 개혁은 절반밖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만약 한국이 앞으로 경제 활력을 유지하고 싶다면 지속적으로 금융 및 기업 개혁을 해나가야 한다. 성공적인 개혁은 북한과의 화해 및 경제협력을 이뤄내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때문에 부시 행정부는 향후 양국간 경제관계 정책을 수립하는 데 참고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의 경제개혁 상황을 주시하게 될 것이다.

金대통령은 노벨 평화상 수상 연설에서 "민주주의 없이는 시장경제가 꽃필 수 없고, 시장경제 없이는 성장과 경쟁력을 성취할 수 없다" 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원하는 것이고, 부시 행정부 아래에서 양국 경제관계가 한차원 더 발전할 수 있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조셉 윈도 < 미 한국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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