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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웹에이전시는 청바지장사가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웹에이전시는 청바지 장사가 아니다

최근 몰아 닥친 경제불안의 삭풍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 T-밸리로 상징되는 벤처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수익모델 부재와 재무적 성과의 부진이 불거지는 이때 급작스럽게 대안업종으로 주목 받고 있는 것이 웹에이전시다.

언론보도 곳곳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19세기 미국의 골드러시에 비유하기도 한다. 금을 캐내어 돈 번 사람(닷컴)은 거의 없고, 이들에게 청바지, 곡괭이, 마차 등을 팔아 돈 번 장사꾼(웹에이전시)은 있었다는 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인터넷발전사와 더불어 다년간 ''웹에이전시''를 고민한 입장에서 단언컨대 웹에이전시는 청바지장사가 아니다.

오히려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오르려는 등반가를 그림자처럼 안내하면서 위험을 예측하고 순탄한 코스를 제시하는 히말라야의 ''셰르파(Sherpa)''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또는 금광, 석유나 천연가스 등 땅속 자원을 탐사하는 모험기업의 최일선에서 시추공을 뚫는 ''드릴러(Driller, Drillmaster)'', 경제성을 분석하고 플랜트를 건설하는 ''사이버플랜트(Cyber Plant) 전문팀''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웹에이전시가 고객은 망했는데 뜨내기장사로 한탕벌이를 한 업체여서는 안된다. 컨설팅이든 웹사이트 개발이든 마케팅프로모션대행이든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목적으로 했다면 고객과 함께 위험을 감수할 책임이 있다.

''에이전트'', ''에이전시''는 말 그대로 고객의 아이디어와 사업을 위임받아 ''대리인'', ''대행업체''로 고객의 이익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다. 고객이 시장분석을 잘못하고 의사결정에 오류가 있다면 현실에 기반한 조언을 하고, e-비즈니스와 관련하여 고객의 부족한 전문성을 채워내야 한다. 따라서 ''웹에이전시''는 고객기업의 ''e化''에 관한 한 전천후 전방위 정예부대로 움직여야 한다.

이들은 내용상 웹디자인의 크리에이티브와 전문성, 그리고 시스템통합(SI), 솔루션, 커스터마이징 기술 등의 기능구현은 기본이고, ''에이전시''의 특성상 업무수행에 있어서는 ''사람''과 ''사람들의 조직''을 설득하는 자질이 필요하다. 때문에 비전제시, 비즈니스 전략수립, 프리젠테이션, 커뮤니케이션 능력, 조직화 및 운영관리 능력을 지녀야 한다. 고난도의 자원통합관리능력인 것이다.

따라서 IT, 특히 인터넷을 활용하여 기업의 생산성 향상, 그리고 고객관계 혁신이라는 과제를 이루어 가는데 있어 준비된 웹에이전시들의 출현과 활동은 매우 중요한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특성상 웹에이전시 시장은 진입은 쉽지만 버티기가 쉽지 않은 경험을 통한 살아있는 지식의 각축장이다.

사라지지 않은 인터넷 비즈니스의 가능성과 전망

혹자들은 말한다. "닷컴은 이제 갔어. 제대로 된 사업이 아니야." 또 말한다. "이젠 B2B야. B2C는 안돼." 그리고 이제는 B2B도 한물갔다고 말한다. 지금은 무선인터넷을 비롯한 새로운 분야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우리사회의 유행성과 기복은 심각한 문제이다.

''닷컴''이냐 아니냐가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화 전략''을 가진 닷컴인가 아닌가가 관건이다. 요즘엔 닷컴은 투자도 안되지만 사실 닷컴이어서 문제가 아니라 인터넷사용자에게 실용적으로 다가가지 못한 뜬구름 잡는 사업화가 문제다. 그리고 허황된 그림에 따라 비즈니스 분석 없이 꾸역꾸역 사이트만 만들어주고 용역비를 챙기는 웹에이전시 또한 문제다.(물론 이 대목에서는 스스로도 성찰하지 않을 수 없다.)

제대로 된 닷컴모델이 정착되어야 한다. 실용적인 고객가치를 줄 수 있는 ''*2* 모델''이 시장화되어야 한다. 반짝하는 밀물-썰물형 베스트셀러 웹커뮤니티가 아니라 진정한 ''수확체증의 법칙'', ''망외부성의 법칙''이 작용하는 스테디셀러가 나타나야 한다.

초기 투자유치나 주가급등의 요행수를 노린 신사업설명''쇼''가 아니라 제대로 투자하고 제대로 수확하는 전문분야 B2B가 구축되고 가동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인터넷 비즈니스는 말의 잔치일 뿐, 누구도 성과공유는 고사하고 업무와 생활의 편의성도 맛보지 못했기에 실망과 비난이 되돌아오는 악순환이 초래된 것이다. 이 냉정한 결론 앞에서 투자기회를 놓쳤다던가 예측불허의 투자시장 침체가 덮쳤다던가 하는 말들은 모두 주변적 변명일 뿐이다.

닷컴의 고전과 벤처기업군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사용자는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실용적 모델이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 사실 닷컴의 위기는 인터넷무용론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그들은 초기시장 테스트의 희생타일 뿐 인터넷을 통한 비즈니스의 잠재성은 아직 개척 초기단계에 불과한 것이다. B2C, B2B 뿐 아니라 B2G(기업-정부간 거래, 전자조달 등), G2C(정부-시민간 사업, 최근의 e-Government 계획을 보라.), C2C(개인간 거래, P2P로도 볼 수 있다.), O2C(비영리시민단체와 개인간 사업), O2G(시민조직-정부간 사업) 등등에서 나아가 G2G(국가간의 사업)까지 가야 할 길은 많고도 멀다.

민간과 공공을 망라하여 웹에이전시가 고도의 능력을 발휘해야 할 다양한 e-서비스 비즈니스가 산적해 있다.

아직까지 ''정보인프라산업''의 시기이고 진정한 ''정보산업''의 시기, ''지식정보사회''의 때는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e-비즈니스 추진기업들과 웹에이전시는 웹사이트의 프론트에서 백오피스로 관심이 옮겨가는 추세인데 기능과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 컨텐츠에 대한 본질파악, 운용능력이다. 이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대비해야만 한다.

우리나라 웹에이전시들은 용역을 주요사업으로 하여 제작기능을 수행하면서 ''정보''관점을 많이 잃어왔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의 키워드로서 ''정보''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복합 글로벌 시장을 향한 메커니즘

웹에이전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다 보니 이젠 ''웹에이전시 시장이 과연 얼마나 갈까?''라는 예측이 무성하다.

웹에이전시라는 업종의 정의 자체가 한계성을 내포하고 있다.

e-비즈니스 영역은 ''웹'' 환경과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유무선 통합 네트워킹 추세는 이제 ''웹''상에서의 작업으로 만족되지 않는다. ''인터넷''은 웹보다 넓은 영역이다. Pull Strategy로서의 웹사이트를 벗어나 이제는 Push 관점에서 이메일의 활용이 각광 받는다. 다양화되는 유무선 멀티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의 발달 속에서 웹에이전시만으로는 부족하다. 넷에이전시가 되어야만 하며 나아가 e-Organizer, e-Networker가 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의 전통적 노하우를 유효 적절하게 ''e化''하는 On&Off Integrator로 성장해가야 한다. 또한 이러한 과정이 추상적 개론이 아닌 비즈니스 현장에 대한 실질적 적용으로 나타나야 한다.

웹에이전시 시장은 정부와 대기업의 인터넷화 성숙과 함께 시장규모는 급성장 하는 반면 저가격 패키지솔루션 위주의 중소기업 또는 소자본 시장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다품종 소량서비스 체제를 대비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며 내수시장 한계를 극복할 글로벌 전략을 나란히 진행해야 할 것이다.

''사이버플랜트사업''인 웹에이전시. 하지만 웹사이트는 성베드로 대성당 같은 건축물이 아니다. 일단 탄생되면 가상커뮤니티에 의해 살아 움직이고 진화하는 생명체와도 같다. 이를 창조해내고 바람직하게 양육해야 하는 웹에이전시, 그들도 지속적으로 진화해야만 한다.

웹에이전시의 진화와 성공은 자신 뿐 아니라 주주, 고객기업, 인터넷이용자들과 함께 ''윈-윈-윈-윈-......''해나가는 아름다운 연쇄핵반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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