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메이저리그 '억억시대' 개막

중앙일보

입력

메이저리그(MLB)에 연봉 2,000만달러짜리 선수가 한꺼번에 2명이나 나타나면서 본격적인 고액 연봉 시대가 열렸다.

불과 2년전인 98년 LA다저스가 샌디에고 파드레스에서 투수 케빈 브라운을 모셔오면서 연봉 1,500만달러를 주기로 했을 때 경악했던 팬들은 이제 연봉 1,000만달러를 못받는 선수는 '스타'로 취급조차 않게 된 셈이다.

AP가 12일 집계한 MLB 고액 연봉 선수 명단에 따르면 케빈 브라운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치퍼 존스와 함께 공동 6위에 지나지 않는다.

전날 10년간 2억5,200만달러에 계약한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연평균 연봉 2,520만달러로 1위에 올랐고 같은 날 8년간 1억6,000만달러를 받기로 한 매니 라미네스가 연평균 2,000만달러를 확보, 2위에 자리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간판 타자 카를로스 델가도가 연평균 1,700만달러로 뒤를 잇고 있으며 뉴욕 양키스의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가 1,545만달러로 4위, 지난주 콜로라도와 계약한 마이크 햄턴이 1,512만달러로 5위에 머물렀다.

내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박찬호(27·LA 다저스)가 내년 1,000만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이런 선수 연봉의 폭발적 인상에 따른 것.

실제로 박찬호와 기량이 거의 엇비슷하거나 다소 낫다는 평가를 받는 햄턴이 거액 연봉을 보장받은데다 오히려 박찬호보다 못한 같은 팀의 대런 드라이포트가 연봉 1,000만달러 이상을 받게 된 것은 고액 연봉 시대의 혜택을 톡톡히 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최근 MLB 거물급 선수들의 연봉계약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최장 10년까지 이어지는 장기계약 바람이다.

고작 3~4년에 지나지 않던 계약기간이 케빈 브라운의 6년 계약을 계기로 크게 늘어나기 시작해 올 스토브리그에서는 웬만한 스타급 선수들은 8년 이상 장기계약이 성행하고 있다.

부상이나 슬럼프, 노령화 등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엄존한 선수에게 엄청난 고액 연봉을 8~10년씩 보장해주는 것은 그만큼 스타급 선수에 대한 구단의 갈증이 심하다는 반증.

그러나 이같은 선수 연봉의 고액화와 계약의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MLB 버드 셀릭 커미셔너를 비롯해 구단주들은 구단 전체 자산과 맞먹는 몸값을 요구하는 스타 선수들에 질려 샐러리캡 도입을 다시 한번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선수 연봉의 고액화는 구단 운영에 부담을 줘 재정이 취약한 구단의 전력 하락을 불러 MLB의 인기기반을 허물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윈터시장에 나온 자유계약선수(FA) 49명중 계약이 끝난 24명에게 구단들이 지불해야 할 총액은 7억3,895만달러. 이같은 금액은 FA 49명이 전원 팀을 확정할 경우 10억달러를 상회할 정도다.

연봉 2,000만달러 시대를 맞은 MLB가 어떤 방식으로 이런 위기감을 극복하고 미국 프로스포츠 최대 자산인 프로야구의 인기를 살려나갈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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