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의 남중국해 천연가스 쟁탈전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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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을 하고 있는 남중국해 중사군도(中沙群島)에 위치한 황옌다오(黃巖島·스카보러 섬) 부근에 엄청난 양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 때문에 섬 부근 해역에서 보름째 계속되고 있는 양국 선박의 대치상황이 자원분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24일 마닐라타임스 등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의 필렉스(Philex) 석유공사의 자회사인 ‘포럼 에너지’가 최근 자국 증권거래소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황옌다오 섬 부근에서 당초 예상의 5배가 넘는 5600억㎥ 규모의 천연가스 탐사에 성공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지금까지 남중국해에서 확인된 천연가스 매장량 중 최고다. 이와 관련, 필리핀의 호세 알멘드라스 에너지부 장관은 24일 “현재 포럼 에너지사의 구체적인 보고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언론은 이 같은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황옌다오는 중국에서 1111㎞, 필리핀에서 233㎞가 떨어져 있다. 중국은 고대부터 이 섬을 중국 고유 영토라고 주장하는 반면 필리핀은 자국 배타적 경제수역(EEZ·자국연안에서 200해리 이내)에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필리핀은 2월 말 팔라완섬 서북쪽 해역 15곳에 대한 석유와 가스 시추사업권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개방해 중국이 강력 항의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지난 12일 필리핀 군함이 황옌다오 부근에서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 8척을 나포하려다 중국 해양순시선의 저지로 실패했다. 이후 양국 선박 간 대치가 계속되고 있으며 25일 현재 중국의 해양순시선 한 척과 필리핀의 해양경비대 선박 두 척이 대치 중이다.

 한편 중국의 양광례(梁光烈) 국방부장은 24일 “중국군은 황옌다오 대치 문제와 관련, 외교적 요구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적 해결이 안 될 경우 군이 나설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홍콩의 봉황위성TV는 분석했다. 중국군은 이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남중국해를 담당하는 광둥(廣東)군구에 비상경계태세 중 가장 낮은 등급인 4급을 발령해 놓은 상태다. 이에 맞서 필리핀은 미국과 16일부터 남중국해 팔라완과 루손섬 일대에서 양국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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