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인사이트] 포스코, GE같은 ‘CEO 양성 프로그램’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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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심재우
자동차팀장

‘국민기업’ 포스코의 1분기 실적을 놓고 말이 많다. 본사 기준으로 매출 9조4600억원에 영업이익 4229억원을 기록했는데, 문제는 지난해 1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절반 수준이라는 점이다. 신용등급도 하향 추세이고, 갖고 있던 주식을 내다팔아 5800억원의 현금도 마련했다. 게다가 포스코와 제휴 관계에 있는 신일본제철이 포스코가 강판 제조 기술을 부정하게 취득했다며 1000억 엔(약 1조40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는 보도가 25일 일본 언론을 통해 나오면서 포스코는 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적 악화에 대한 포스코의 설명은 이렇다. 유럽발 경제위기로 공급에 비해 수요가 적은 데다 철광석 등 원료 값이 치솟았기 때문이란다. 예전 같으면 아무 눈치 안 보고 제품 가격을 올렸을 텐데 요즘엔 값싼 중국산이 넘치고 현대제철까지 고로에서 쇳물을 만들어내니 이젠 그렇게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9년 2월 취임한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국내외에서 에너지·신소재·광산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게 논란이 됐다. 경기만 좋았다면 투자에 따른 지분수익도 챙기고 현금이 술술 돌았을 텐데 시황이 좋지 않으니 억울한 면도 없지 않다.

 사실 포스코의 실적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1분기 영업이익률이 4.5% 정도인데, 잘나가던 시절의 15∼20%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유럽·인도의 아르셀로미탈, 중국의 바오스틸, 일본의 신일본제철·JFE 같은 경쟁업체들이 적자이거나 1∼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선전한 셈이다. 생산성 면에서 워낙 경쟁력이 있다 보니 워런 버핏과 같은 투자의 귀재들은 포스코 주식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코가 불안해 보이는 배경은 바로 ‘외풍’이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경영자(CEO)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교체됐다. 가뜩이나 박태준 명예회장이 타계하면서 바람막이 역할이 사라진 점도 이 같은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게다가 철강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올해 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포스코도 이제 ‘홀로서기’에 나설 때며,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지배 구조를 보다 견고하게 해야 할 시점이다. 미국의 ‘주인 없는 기업’ GE처럼 사내에서 ‘CEO 양성 프로그램’을 공개적으로 가동해 외풍이 발을 못 붙이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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