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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점인데, 만점 투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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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파이어볼러’ 최대성(27·롯데)은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다. 뽀얀 피부와 유순한 미소가 ‘부잣집 도련님’을 연상시키지만 마운드에 올라가면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는 야수로 변한다.

 최대성은 24일 대구 삼성전에서 0-2로 뒤진 9회 초 팀 타선이 삼성 마무리 오승환을 상대로 대거 6득점해 역전에 성공하자 9회 말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150㎞가 넘나드는 강속구로 삼성 타선을 윽박질렀고, 3타자를 단 10개의 공으로 처리하며 승리를 지켜냈다. 경기가 끝난 뒤 최대성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차분한 모습으로 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입가에는 옅은 미소도 함께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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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성은 부산고 시절 포수 마스크를 썼다. 프로에 와서 강속구 투수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2004년 롯데에 입단한 최대성은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근력을 키웠고, 이로 인해 구속이 늘기 시작했다. 평소 꿈꿔 왔던 ‘제2의 박동희’가 되기 위해 투수 전향을 결심한 그는 수없이 많은 공을 던졌다. 그리고 2007년 5월 10일 마무리로 나선 문학 SK전에서 시속 158㎞ 직구를 뿌렸다.

 그러나 최대성은 그간 ‘반쪽 선수’라는 오명을 받았다. 강속구 투수가 갖는 고질적 문제, 제구력에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특히 주자가 나가면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문제는 정신력이었다. 주자에 신경을 쓰다 보니 제구가 잡히지 않았고, 볼넷을 남발했다. 게다가 2008년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과 재활을 하면서 힘든 시절이 이어졌다. 결국 그는 재기를 기약하며 2009년 공익근무로 잠시 팀을 떠났다.

 수술과 재활, 군 복무 등을 해결하고 돌아온 최대성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숙해져 다시 팬들 앞에 섰다. 특히 공익근무를 하면서 단련한 하체가 재기의 원동력이 됐다. 그의 허벅지 두께는 26.5인치(67.31㎝)로 롯데 투수 중 단연 최고다. 하체가 안정되자 제구력도 잡히기 시작했다. 자신의 공에 믿음이 생긴 최대성은 강속구와 변화구를 섞어 던지기 시작했고, 상대 타자들은 방망이를 헛돌렸다. 최대성의 얼굴에는 어느새 자신감이 묻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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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성의 부활로 롯데는 시즌 초반 철벽 불펜을 구축하고 있다. 김성배-최대성-김사율로 이어지는 롯데의 ‘필승조’는 지난 14일 사직 두산전을 제외하고 등판한 모든 경기에서 승리를 지켜냈다. 최대성은 올 시즌 9경기에 나서 8과3분의1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아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이다. 그사이 홀드는 5개를 올려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최대성의 활약 속에 롯데는 시즌 초반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최대성은 “150㎞ 직구나 130㎞ 직구나 아웃카운트를 늘릴 수만 있다면 다 똑같다. 제구가 중요하다”며 “이제는 제구에 대한 자신감이 어느 정도 생겼다. 마운드에서 더욱 집중해 팀에 믿음을 주겠다”고 다짐했다.

대구=유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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