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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텔레매틱스 분야 삼성과 협력 가능성 열려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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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멋들어진 콧수염 덕에 스타급 최고경영자(CEO)로 꼽히는 디터 체체 다임러-벤츠 회장은 이름의 머리글자를 딴 ‘닥터 Z’로 더 유명하다. [블룸버그]

“한국 시장에 중소형(콤팩트) 차량을 계속 출시하겠지만, 메르세데스-벤츠의 기본인 ‘고급스러움’(럭셔리)은 지키겠다.”

 23일 개막한 중국 베이징 모터쇼장에서 만난 디터 체체(59) 다임러-벤츠 회장의 말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최근 한국에서 준중형급인 신형 B클래스를 출시하며 ‘대중화’를 선언했다. 일반 모델의 가격이 3790만원으로 한국에서 팔리는 벤츠 모델 중 가장 싸다. 이와 관련해 체체 회장은 “한국에 벤츠를 갖고 싶어하는 이가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들의 경제적 수준에 맞는 럭셔리 차량을 공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츠는 한국에서 지난 5년간 판매량이 4배 늘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1.2% 증가한 1만9534대를 팔았다. 시장 점유율은 18.6%로 BMW에 이어 2위다. 체체 회장은 “(1987년) 처음 한국시장에 진출할 때 언제 연 판매대수 1000대를 돌파하나 고민했는데 벌써 1만9000대를 넘기는 고무적 성장을 목격했다”며 “(특별소비세와 같은) 세금 규제가 점차 사라지고 있어 판매는 계속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과 한·미 FTA 발효도 그의 전망을 밝게 하는 한 이유다.

23일 베이징 모터쇼에서 메르세데스-벤츠가 선보인 ‘컨셉트 스타일 쿠페’. [베이징 로이터=뉴시스]

 체체 회장은 또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전자업체와의 협력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벤츠는 역사적으로 첨단 기술을 앞장서서 자동차에 적용시켰고 그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며 “자동차와 정보기술(IT)이 융합하는 텔레매틱스 분야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또 “IT 분야에서 한국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기술력도 강하다”며 “점점 더 한국 기업들의 지배력이 커지는 분야에서 세계 1위 전자업체인 삼성전자와 협력 가능성을 열어놓지 않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현재로서는 특정 협력 분야를 지목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벤츠는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서 페이스북이 탑재된 새로운 텔레매틱스 시스템 ‘엠브레이스2’를 공개한 바 있다.

 전기차에 대해서는 “현재 생산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생산 단가가 높아 값이 비싸다는 게 단점”이라며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생산 단가를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의 연장선에서 다임러는 이번 모터쇼에서 중국의 전기차 제조업체인 비야디(BYD)와 협력해 ‘덴자(Denza)’라는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를 출범했다. 비야디와의 기술 협력이 기술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진출한 국가에서 이익만 내겠다고 하면 장기적인 협력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체체 회장은 “시장 점유율이 올라갈수록 해당 국가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술을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공개하지 않는 것이 바른 자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체체 회장은 1982년 독일 파더본 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84년 다임러-벤츠 상용차 매니지먼트 개발팀에 합류했다. 2006년 1월부터 다임러 이사회 의장을 맡아 메르세데스-벤츠, 마이바흐, 스마트, 메르세데스-벤츠 AMG, 메르세데스-벤츠 맥라렌 등의 승용차 브랜드들을 총괄하고 있다.

텔레매틱스(Telematics)

원격통신(Telecommunication)과 정보과학(Informatics)이 결합된 용어. 무선 통신망 또는 방송망을 이용해 자동차 안에서 인터넷에 접속하고, 외부에서 원격으로 차량의 문제점을 진단하며, 홈네트워크에 연계할 수 있는 등의 서비스를 말한다. 자동차 메이커와 전자 및 이동통신 업체가 힘을 합쳐 만들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96년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와 모토로라의 합작회사인 온스타(On-Star)가 텔레매틱스 서비스의 원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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