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리듬으로 부활한 비틀스·도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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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열적인 살사리듬과 만난 비틀스' '레게로 부른 도어스의 록'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지만 거장의 손길을 통해 한 층 풍성한 음악으로 부활했다. 금주에는 남국의 정열이 넘치는 비틀스 모음집 '트로피칼 트리뷰트 투 더 비틀스'와 UB40가 오랜만에 선보인 앨범 '더 베리 베스트'를 소개한다.

■ Tropical Tribute To The Beatles/ Various

30년도 더 된 싱글들을 모은 앨범 '#1'으로 또 다시 세계 팝시장을 점령한 비틀스. '트로피칼 트리뷰트 투 더 비틀스'는 20세기 최고의 밴드 비틀스의 히트곡을 라틴풍으로 새롭게 부른 앨범이다. 하지만 라틴 열풍, 비틀스 붐을 인식하고 나온 그저그런 컴필레이션 앨범을 생각하면 오산. 비틀스의 정겨운 멜로디와 풍성한 라틴 리듬이 조화를 이룬 수작이다.

▶ 수록곡 듣기
Obladi, Oblada
Fool On The Hill
I Want To Hold Your Hand
Yesterday
And I Love Her

국내에는 최근에야 소개된 '트로피칼 트리뷰트…'는 1996년 라틴전문레이블 RMM을 통해 발매된 음반. '살사 퀸' 셀리아 크루스, 이제는 고인이 된 티토 푸엔테 등 라틴 음악의 대가들이 참여, 살사·맘보·차차차·메렝게 등의 리듬으로 비틀스를 불렀다. 발매 당시 '최고의 비틀스 리메이크'란 극찬과 함께 폭 넓은 사랑을 받았다.

첫 곡은 존 레논의 절절한 부성애가 담긴 '헤이 주드'. 살사 가수 토니 베가가 원곡의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 이어서 등장하는 '렛 잇 비'는 맘보 킹 티토 푸엔테의 비브라폰 솔로를 감상할 수 있는 곡. '서전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를 패러디한 앨범 자켓에서도 팀바를 연주하고 있는 티토는 올해 5월 세상을 떠났다.

'오브라디 오브라다'는 앨범에서 가장 돋보이는 곡. 셀리아스 크루스가 자신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를 정감어린 보컬로 늘어 놓는다.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자유분방함을 더한 중반부에 이르면 흥겨움도 최고조에 달한다. 마니 마누엘이 부른 '아이 원 투 홀드 유어 핸드'는 유일한 메렝게 곡. 휘몰아치는 리듬과 보컬이 일품이다. 차차차 풍의 '데이 트리퍼', 경쾌한 살사리듬의 '레이디 마돈나' 등도 흥겹다.

체오 첼리치아노가 부른 '예스터 데이'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특히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 색다른 리듬이 인상적이다. 비틀스도 라틴 풍 기타로 멋을 냈던 '앤드 아이 러브 허'는 라틴발라드 특유의 감미로움을 더했다.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이 모두 모여 부른 마지막 곡 '컴 투게더'도 듣기 좋다.

■ The Very Best Of/ UB40

'레게의 전도사' 영국 출신 8인조 밴드 UB40가 발표한 새 베스트 앨범. 1978년 결성 이후 전세계 레게 붐을 주도했던 이들의 20년 음악사를 스무곡의 수록곡으로 정리했다. 데뷔곡 '풋 포 쏘트' 부터 이번 앨범에 새롭게 수록한 '라이트 마이 파이어'까지 한결 같은 흥겨움이 귀를 사로잡는다.

▶ 수록곡 듣기
Red Red Wine
One In Ten
Can't Help Falling In Love
Light My Fire

UB40은 'Unemployment Benefit Form 40(실업자 구호카드 양식 40번)'의 줄임말. 실제로 실업자 신세였던 여덟명의 뮤지션이 의기 투합 탄생한 그룹이다. 보상금으로 악기를 구입하는 등 어렵게 탄생한 UB40는 곧 사회성 짙은 메시지와 듣기 편한 레게 리듬을 앞세워 영국 차트를 점령했다.

이들의 장기는 '리메이크'. 다양한 시대·장르의 노래를 레게로 새롭게 해석해 큰 인기를 모았다. 닐 다이아몬드의 '레드 레드 와인', 엘비스 프레슬리의 '캔 핼프 폴링 인 러브' 등이 이들의 손길을 거쳐 비로소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했던 곡들로 90년대 초반 레게 열풍을 주도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곡은 역시 록그룹 도어스 '라이트 마이 파이어'를 새롭게 부른 버전. 짐 모리슨의 원초적인 보컬이 인상적인 록 넘버를 현대적인 레게 넘버로 탈바꿈시켰다. 전자 음향을 부각하는 등 세련미를 더한 편곡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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