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우려할 징후 4가지…펠트스타인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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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석학인 마틴 펠트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경제에 여전히 우려할 만한 4가지 징후가 보인다'며 '금융부문 구조조정에 한국경제의 성공이 달려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에 대한 분석과 조언을 위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제적 정.재계 인사 11명을 초청해 1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이틀간의 일정으로 개최한 제2회 국제자문단회의에서 펠트스타인 교수는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를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펠트스타인 교수는 우려할 만한 징후로 ▲민간분야에 대한 대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 ▲주가가 올들어 40% 이상 하락한 점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들어 1-2년후에 적자로 전할될 수 있는 점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점 등 4가지를 들고 금융분야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된 점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해 '재벌을 해체하는 것이 이 시점에서 과연 한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인지 모르겠다'며 '은행의 시스템부터 개선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한국경제의 성공여부도 여기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자문단회의에는 펠트스타인 교수 외에 피터 서덜랜드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 회장, 테오 좀머 독일 디 자이트 편집인, 퍼시 바네빅 인베스터AB회장, 첸유안 중국국가개발은행 총재, 오노 루딩 시티은행 부회장, 모리스 스트롱 UN사무총장 고문, 오토 람스도르프 전 독일 경제부장관, 미야자키 이사무 다이와경제연구소 특별고문, 사토 미츠오 일본제일생명연구소 특별고문, 인도 소프트웨어산업의 대부인 파키르 찬드 콜리 등이 참가했다.

회의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경제 및 신경제의 전망, 한반도 긴장완화와 동아시아의 장래, 신경제 시대의 기업경영 문제 등 분야별로 세계경제의 당면과제를 점검하고 한국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이날 `새로운 시대의 번영'과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를 주제로 열린 1.2차 회의에서 서덜랜드 회장은 '세계화는 교역장벽의 붕괴와 변동환율 체제로의 이동과 함께 정부주도 경제가 시장지향적경제로 변해가는 것'이라며 '한국경제의 번영을 위해서는 주주가치의 개발과 지배구조의 투명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트롱 UN 고문은 '한국이 어떻게 급속히 위기를 극복했는지, 경기 정상화를 이룩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데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다소 지연되고 있는 기업.금융 구조조정도 대단한 성과라고 볼 수 있기는 하지만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람스도르프 전장관은 '독일 통일을 일례로 볼 때 통일의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리스크는 사전에 파악해 통제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의 햇볕정책과 그 이후 정책에서도 통일의 파급효과를 생각할 때 이 점을 꼭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서울=연합뉴스) 김현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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