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선수가 룰에 맞춰야지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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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후 강원도 원주 자유시장을 방문하자 상인들이 몰려들어 악수를 청하고 있다. [원주=연합뉴스]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23일 김문수 경기지사 등 당내 비박(非朴) 진영의 대선 후보 경선 룰 변경 요구에 대해 “경기의 룰을 보고 선수가 거기에 맞춰 경기를 하는 것이지, 이거는…. 선수에게 매번 룰을 맞춰서 하는 건 말이 안 되죠”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날 강원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이 완전국민경선제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처럼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진작부터 박 위원장 주변에선 “박 위원장의 스타일상 경선 룰 변경에 찬성할 리 없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박 위원장은 5년 전인 2007년 5월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과 여론조사 반영 방식을 놓고 마찰이 일자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시장이) 바꾸자, 또 바꾸자고 해서 원칙을 완전히 너덜너덜한 걸레같이 만들어 놓으면 도대체 누가 지킬 의무가 있겠느냐. 경기하다가 선수가 이것 바꿔 달라, 저것 바꿔 달라 이러는 게 어디 있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시 강재섭 당 대표가 “일반 국민의 투표율을 최저 67%로 보장한다”는 중재안을 제시하자 박 위원장은 “고스톱 칠 때도 룰이 있다. 한 번 화투 치다가 중간에 룰을 바꾸지 않는다. 정치권도 원칙을 지키는 것을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이 야당 대표 시절 당 혁신위에 전권을 위임해 현재의 경선 룰을 만든 것에 대한 정치적 자부심이 강하다.

 하지만 박 위원장 측의 고민도 있다. 2007년엔 박 위원장이 상대적으로 약자의 입장이었으나 지금은 절대 강자란 차이가 있다. ‘원칙’을 강조하면서 비박 진영을 압박하는 것처럼 비치면 자칫 전체 판이 깨질 수도 있다. 당장 김 지사의 동맹군인 정몽준 의원은 트위터에 “선수가 룰에 맞춰야 한다는데 정치인은 시대 변화에 맞춰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발상 아닌가. 국민의 참여를 거부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느냐”며 박 위원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 지사 측 차명진 의원도 “박 위원장 자신도 2002년 한나라당에서 대선 후보 경선 룰 변경을 요구했으면서 이제 와서 경선 룰을 못 바꾸겠다는 것은 독재적·제왕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당 일각에선 다음 달 새로 구성될 당 지도부가 박 위원장과 비박 진영 사이의 타협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KTX 민영화 반대”=박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KTX 민영화 논란에 대해 “지금과 같은 방식의 KTX 민영화는 반대한다”며 “국민의 공감대도 형성돼야 하고 보완책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19대 국회로 넘겨 여야 간에 논의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대선 출마 선언시기에 대해선 “지금은 민생을 챙기는 데 집중할 때다. 아직 새 지도부가 자리 잡지도 않았고 비대위가 있는데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혼란만 줄 뿐”이라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평창=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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