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시즌에 볼만한 공연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00년의 마지막달, 12월도 중반에 달했다. 때가 때인만큼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에 딱 맞는 공연이 한창이다.

'크리스마스 발레'라고까지 불리우는 '호두까기 인형'도 여지없이 무대에 오르고 세종문화회관에서 콘서트를 보고 정동진에서 새해 해맞이를 하는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아예 '크리스마스 콘서트'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음악회도 있다.

호두까기 인형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전세계 극장을 장식하는 작품. 우리나라에서도 어김없이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호두까기 인형을 무대에 올린다. 국립은 27년째, 유니버설을 14년째다.

커다란 턱을 움직여서 호두를 깨뜨리는 못생긴 병정이 늠름한 왕자로 변해 관객을 눈의 나라, 과자의 나라로 안내한다는 내용의 이 작품은 차이코프스키의 아름다운 음악을 만나 관객을 환상의 세계로 이끈다.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100여년 전인 1892년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여러 안무가에 의해 많은 개정판이 나왔다. 잘 알려진 것만도 바이노넨판(키로프발레), 발란신판(뉴욕시티발레), 누레예프판(파리오페라발레) 등 10개가 넘는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린스키극장이 60년 이상 고수하고 있는 바이노넨판을 무대에 올린다. 22년간 마린스키발레의 예술감독을 맡았던 올레그 비노그라도프가 공연을 총지휘한다.

반면 국립발레단은 33년동안 볼쇼이발레를 이끈 발레의 신화 그리가로비치를 초빙, 그가 안무한 볼쇼이극장판을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다. 그리가로비치는 바이노넨판을 손질한 여느 개정판과 달리 완전히 새로운 안무로 색다른 호두까기 인형을 만들었다.

그리가로비치의 호두까기 인형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마임 연기를 포함한 모든 움직임을 발레 동작으로 바꿔서 춤이 엄청나게 많아졌다는 점이다. 잠시도 쉬지 않고 스텝을 밟으며 움직이느라 무용수들이 기진맥진할 정도. 주역이 춤추는 장면에서도 군무진을 끊임없이 움직이게 해 주역의 춤을 더 돋보이게 한다.

유니버설의 바이노넨판을 아기자기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국립의 그리가로비치판은 역동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양쪽 모두 러시아에서 무대장치와 의상, 소품을 들여와 오리지널에 충실한 무대를 선보인다.

유니버설발레단은 21일부터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국립발레단은 16일부터 2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유니버설발레단 목 오후 7시30분, 금토일 오후 3시30분·7시30분 문의 02-2204-1041 / 국립발레단 16일 오후 7시30분, 17일 오후 3시30분·7시30분, 19일~22일 오후 7시30분, 23일~24일 오후 3시30분·7시30분, 25일 오후 3시30분 문의 02-587-6181 / 티켓가격 R5만·S4만·A3만·B2만·C1만 동일

추억만들기 - 세종문화회관에서 정동진까지

뮤지컬 갈라콘서트와 정동진으로의 밤기차 여행을 엮은 행사.

2000년의 마지막밤인 31일 일요일 오후 7시30분에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이 기획은 우선 지난 세기 대중들에게 사랑받은 유명 뮤지컬의 하이라이트 공연으로 시작한다. 레미제라블·미스사이공·그리스·오페라의 유령·캣츠 등 이름만으로 표가 팔리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대표곡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두시간동안 뮤지컬 페스티벌을 즐긴 후 서울역으로 이동, 특별열차를 타고 강원도 태백으로 향한다. 캠프파이어와 간단한 아침식사로 새해첫날의 새벽을 맞은 후 정동진 해맞이길에 오른다. 2001년 벽두, 오전 6시에 정동진에 도착해서 어둠을 찢는 타악연주 '타악2001'을 들으며 떠오르는 새해 첫 태양을 맞는다.

광화문의 정동(正東) 방향에 있는 정동진에서 겨울바다의 정취를 만끽하고 정선의 눈꽃축제의 낭만을 즐기다 오후 여덟시 청량리역으로 돌아오는 매력적인 스케줄.

무박2일 여행과 뮤지컬 공연을 한번에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연인과 함께 하기에 더없이 좋다. 가격이 좀 비싼 것이 흠이지만 중간중간 식사와 이동편이 모두 포함돼 있어 납득할만 하다.

1인당 10만원으로 2인씩 커플 판매를 한다. 문의는 02-749-1300

미킬라 페트리·라르스 한니발과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 콘서트

리코더와 기타·류트로 꾸미는 색다른 음악회로 귀에 익은 클래식 소품들과 캐롤·성가곡을 따사롭게 들려주는 공연.

누구든지 초등학교때 몇번쯤은 불어봤던 악기라서 그런지 음악에 별취미가 없는 사람의 귀에도 리코더 소리는 익숙하기 마련. 또 사춘기를 보내며 통기타 한번 퉁겨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굳이 전문교육을 받지 않아도 주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악기라 리코더와 기타는 우리에게 더없이 익숙한 악기. 이 익숙한 두 악기가 만나 만들어내는 선율은 더 정겹고 아름답다.

세살때부터 리코더 연주를 시작하여 덴마크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미킬라 페트리는 세계적인 음반사 BMG가 자랑하는 아티스트. 비발디의 알비노니와 바흐·헨델에 이르는 바로크 음악을 레퍼토리로 삼고 있다.

덴마크의 로열 아카데미 음악원에서 기타를 전공한 라르스 한니발은 실내악 연주자로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는 연주자. 두사람이 들려줄 크리스마스 하모니가 기대된다.

바흐의 '리코더 솔로를 위한 파르티타 다단조', '리코더와 기타를 위한 에어'를 비롯, 사라사테의 '리코더와 기타를 위한 찌고이네르바이젠', 마스네의 '타이스 명상곡' 등을 연주할 예정.

12월17일 오후 3시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 S5만·A4만·B3만·C2만 / 문의 02-541-6234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