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외채 눈덩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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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시장이 미국의 경기둔화, 각국의 증시침체 등으로 불안정한 모습인 가운데 일부 신흥시장국의 금융 및 외환위기가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현재 주요 언론 및 전문가들이 경계의 눈초리로 지켜보는 대표적인 신흥시장국은 남미의 아르헨티나, 동유럽의 터키, 그리고 아시아의 대만이다.

사태의 본질이나 전개과정은 각각 조금씩 다르지만 이들 국가의 위기상황이 빨리 진정되지 않고 인근 지역으로 확산할 경우 가뜩이나 휘발성이 강한 세계금융시장에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문제의 3개국이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있으며,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지 종합 점검한다.

◇ 아르헨티나〓외채가 너무 많아 국가부도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11월말 현재 외채는 모두 1천2백35억달러다. 올 국내총생산(GDP)이 2천9백억달러로 예상되는데 절반을 빚으로 갚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같은 위기는 정정불안과 외부여건 악화로 인한 수출감소, 그리고 대외신인도 급락으로 빚어졌다.

지난 10월초 중도좌익 집권연정의 파트너인 카를로스 차초 알바레스 부통령과 권력 2인자인 국가정보국 페르난도 산티바네스 국장이 뇌물수수 등 혐의에 연루해 사임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정부의 신뢰도가 추락했다. 당연히 해외 투자자들이 발을 빼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주요 수출품인 밀과 콩 등 농산물 국제가격이 올 하반기부터 폭락했고, 육류 수출 역시 유럽의 광우병 파동 등으로 타격이 컸다.

이에 따라 국가재정과 국제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 내년에 만기가 되는 외채만 최소 1백95억달러에 달한다.

은행간 하루짜리 콜금리는 최근 1주일 사이에 14.5%나 상승했고 주가는 연초 대비 25%나 하락했다.

국가신용등급도 계속 하향조정돼 S&P는 최근 정부 외화표시 채권을 BB에서 BB-로 한단계, 자국통화표시 채권은 BBB/A-3에서 BB/B로 3단계나 끌어내렸다.

올 경제성장률은 당초 기대(3.7%)와는 달리 1% 달성도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1월말 현재 실업률은 3년래 최고인 15.4%에 달했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미주개발은행.스페인 등에 2백40억달러의 자금지원을 요청해 놓고 있다.

IMF는 자금지원 조건으로 ▶정부의 공공지출 동결 ▶지방정부에 대한 지원중단 ▶공공연금제도 개혁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노조와 지방정부가 이에 결사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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