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정명창 조사국장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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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정명창(鄭明昌) 조사국장은 8일 2001년 경기전망을 발표하면서 '내년도 상반기까지는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둔화가 지표경기에 비해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국장은 또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크게 떨어지겠지만 잠재성장률 수준을 유지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미국 경제의 경착륙 여부와 국내 기업.금융구조조정이 내년 경제의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정국장과의 일문일답.

--내년도 경제성장률 5.3%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 아닌가.

▲내년 중 세계경제성장률이 둔화되기는 하겠지만 국제유가가 안정되고 제2단계 기업ㆍ금융기관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5.3%의 성장은 무난하다고 본다. 다만 고유가가 지속되고 미 경제가 경착륙하는 등 해외경제여건이 악화되거나 기업ㆍ금융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경제성장률이 전망치보다 낮아질 수 있다.

--체감경기는 어느 정도일 것으로 보나.

▲수출에 비해 내수 감소가 심하고 업종간,지역간 경기차와 계층간 소득불균형도 커질 전망이기 때문에 체감경기 지표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잠재성장률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므로 크게 나쁜 상황은 아니다.

--내년도 실업률은.

▲2단계 기업ㆍ금융기관 구조조정의 여파로 퇴출기업이 속출하고 신규대학 졸업자, 계절적 요인까지 감안하면 내년 1.4분기중 실업률은 4.0%를 넘어설 것이다.

내년도 전체적으로는 4.3% 정도의 실업률을 보여 올해보다는 고용사정이 나빠진다고 볼 수 있다. 실업인구는 대략 100만 정도로 보여진다.

--내년도 환율은.

▲최근 1천200원대로 올라서서 올해 평균 1천100원선 보다는 높은 수준을 보일 것이다.

--우리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은.

▲미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면 문제는 구조조정이다. 상시퇴출시스템이 갖춰져 경제에 큰 쇼크를 주지 않는다면 경착륙할 가능성은 없다. 다만 내수가 줄어 체감경기지표는 나빠질 것으로 본다.

--내년도 민간소비는.

▲올해 3.4분기 이후 소비심리가 위축됨에 따라 민간소비는 내년 1.4분기까지는 감소세를 보일 것이다.

--내년도 설비투자는 대폭 감소하는가.

▲지난 99년 이후 설비투자가 40% 가까이 증가해 내년도 증가율은 둔화될 것으로 보이나 전체적인 설비투자규모는 올해 수준을 유지하고 정보통신분야 설비투자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기부양책이 필요하지 않은가.

▲내년도 경제불확실성이 크지만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한은이 통화정책을 써 경기를 부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부쪽에서 실업대책을 마련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서울=연합뉴스) 정윤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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