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음악 어우러진 ‘웰빙 데이트’ 어떠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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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천안시 동남구 유량동 ‘들꽃’에서 만난 이미경(52·사진) 대표. 이 대표는 음식과 음악이 곁들여진 ‘들꽃’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자연스럽고 소박함 때문에 끌리는 이름,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는 들꽃처럼 눈에 띄지 않는 삶을 살아도 나름 세련되고 우아하게 살아가겠다는 의미라고 …

 “열정도 꿈도 많았던 시절에 들꽃을 오픈했어요. ‘너무 섣불리 시작했나’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네요. 그동안 ‘들꽃’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답니다.”

이 대표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는 들꽃은 음식과 음악이 공존하는 웰빙 식당이자 작은 콘서트장이다. 건강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이 대표는 식재료 구입부터 직접 챙긴다. ‘문화 웰빙’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이 대표의 웰빙 사랑은 각별하다.

 “한 달에 한 번 음악회를 열고 있어요. 음악을 좋아하는 남편과 유일한 데이트 장소가 바로 하우스 콘서트였어요. 그런데 거리도 멀고 식사도 따로 해결 해야하고 거기에 비용도 만만치 않더라구요. 그래서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없었어요. 그런 이유로 ‘들꽃 작은 음악회’를 시작했고 벌써 30회가 됐네요.”

 고심 끝에 시작한 음악회는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3, 4만원 정도면 식사비용이면 콘서트 비용까지 한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중년부부들의 데이트 코스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박인수·유진박·신정혜·홍순달·신금호 등 내로라하는 연주자들이 출연하면서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지금은 연주자들이 오히려 순서를 기다릴 정도다.

 “연주자들에게 계절에 맞는 곡, 어렵지 않은 곡, 익숙한 곡을 부탁하곤 해요. 그 순간 음악을 공유해야 이야기 거리가 풍성해지거든요. 클래식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박수치고 소리 지르고 같이 참여하는 음악회예요. 신명난 소통인거죠.”

 이 대표는 소문을 따라 아름아름 찾아 드는 것이 음식 장사라 생각했다. 그래서 수시로 메뉴를 바꾸고 인테리어에 변화를 줬다. 그 부분이 신선하게 다가 왔는지 손님들은 ‘밥 먹으러 들꽃 가자’가 아닌 ‘들꽃 가서 밥 먹자’라고 말한다.

“회식 문화가 바뀌다 보니 직장인 예약이 많은 편이에요. 참으로 고마운 일이지만 사실 부부나 연인이 오면 더욱 반가워요. 지난해 말부터는 이화여성병원 초산모 부부 20쌍을 초청하고 있어요. 반응은 폭발적이죠. 평소 접하기 힘든 국악·재즈·현악·클래식 등 지루하지 않게 다양한 형태로 기획하거든요. 음악회가 끝나면 와인파티도 해요.”

 3년째 들꽃 작은 음악회는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고객과 연주자는 자연스레 호흡을 맞추고 있다. 매월 네 번째 목요일 오후 6시30분에는 어김없이 음악회가 펼쳐진다. 오는 26일에도 들꽃에서는 사람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소통의 자리가 마련된다.

 “우연히 박창수씨 인터뷰를 듣게 됐어요. 10년 동안 하우스 콘서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는 말에 ‘그래 잘 버텼구나. 나도 앞으로 10년은 간다’라는 생각이 든 거죠. ‘조급해 하지 않고 충분히 즐기겠다’라는 저와의 약속도 하게 됐어요. 오시는 분들이 ‘이건 내 잔치다’라는 마음으로 오시면 편안하게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음악회를 기획하는 입장에서 문화가 점점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이경민 객원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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