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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쇼크'…이해찬도 대선 출마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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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18일 대선 출마 문제와 관련해 “가급적 빠르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해찬(사진) 상임고문도 당권 도전에서 대권 도전으로 궤도 수정을 검토 중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 출마 결심이 전해진 데 따른 연쇄반응이다. ‘안철수 쇼크’가 야권의 대선 판도를 요동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문 고문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권교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할 때가 됐다”며 “당내 (지도부 선출) 일정과는 무관하게 조만간 입장을 정해 국민들께 분명히 밝히겠다”고 했다. 대선 출마 선언을 예정보다 앞당겨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4·11 총선 선거운동 기간 중이던 지난 5일엔 “국회의원 한번 하려고 정치 시작한 게 아니다”며 대권 도전 의사를 강하게 내비친 바 있다.

 이 고문 측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당권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과는 달리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수 있는 상황이다. 세종시에서 자유선진당 심대평 전 대표를 누른 뒤부터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총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충청권 우위가 확인된 만큼 이 지역 득표력을 지닌 대선주자가 나와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이 고문의 한 측근은 “정권교체를 이룰 리더십이 필요하고, 또 판을 만들어야 하는데, 거기에 기여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강하다. 당 원로로부터도 그런 조언과 의견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선주자들은 당 내에도 충분히 있다는 게 이 고문의 생각”이라고도 했다.

당 내에선 이 고문의 행보를 지원하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도 “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 원로가 좌장 역할을 자임하면서 대선 도전을 권유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궤도 수정이 거의 확실해졌다”고 했다. 이런 기류 변화는 민주통합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 고문이 부산 ‘낙동강 벨트’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면서 형성됐다. 두 사람이 내부 경쟁을 통해 야권 지지층 결집에 나서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2007년에도 그랬다. 노무현계는 이해찬·한명숙·유시민 세 사람의 대선주자를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에 올렸다. 이들은 막판 이 고문으로 단일화를 했던 경험이 있다.

 여기에 당 밖의 안철수 원장까지 대선 출마를 결심하면서 야권의 대선 초침은 더욱 빨라졌다. 어떤 방식이든 야권의 대선주자 선출 과정은 ‘각본 없는 드라마’가 될 공산이 커졌다. 현재로선 안 원장은 민주통합당 입당을 거부하고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처럼 비(非)정당 후보와 야당 후보 간의 막판 단일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박원순 모델’을 따를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야권에선 굵직한 대선후보 경선만 두 번 치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은 고민스럽다. 대선 경선이 ‘경쟁 부재’의 장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근혜계는 이미 당내 최대 계파가 됐고 총선 승리로 비박근혜계 대선주자들의 입지는 좁아진 상태다. 결과가 뻔한, 밋밋한 드라마 같은 경선전에 여론의 관심이 쏠리기는 어렵다.

 윤종빈(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극적 요소에선 새누리당이 야권에 비해 절대 열세일 수밖에 없다”며 “관건은 박 위원장의 ‘개인기’에 달려 있다”고 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미국 대통령도 결과가 뻔한 당내 경선을 거치지만, 대통령이라는 존재감을 바탕으로 경선을 거쳐 올라온 야당 후보와 맞선다는 뜻이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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