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공기업을 부르는 별칭이다. 안정적인 정년과 느슨한 평가 체계는 ‘사오정(45세 정년)’ 공포에 시달리는 민간 기업 직원에겐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래서 정부가 공기업에 권고한 게 성과 연봉제다.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해 생산성이라도 높이자는 취지다. 그러나 토지주택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관광공사 등 굵직한 공기업들이 이런 권고마저 무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기획재정부의 점검에 따르면 지난해 성과 연봉제를 실시한 21개 공기업의 전체 연봉에서 성과 연봉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9.5%였다. 정부 권고치는 30%다. 21곳 중 토지주택공사(25.4%), 한국석유공사(23.7%), 한국관광공사(22.4%), 한국석탄공사(21.9%) 등 7곳이 30% 기준에 미달했다. 성과 연봉제를 실시한 준정부기관 78곳 중에선 14곳이 정부 권고치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과제 도입을 통해 능력에 따른 연봉 차이를 벌린다는 정부 방침도 아직 갈 길이 먼 건으로 나타났다. 공기업은 전체 연봉의 차등 폭이 평균 24.7%였다. 정부 권고안은 30%다. 21곳 중 12곳이 권고치를 지키지 않았다. 토지주택공사는 연봉 차등이 5%에 불과했다. 한국마사회도 11.3%에 그쳤다. 반면 한국공항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은 동료 간에 연봉 차이가 30% 이상 벌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준정부기관 중에서 정부가 권고한 연봉 차등 폭(20%)을 지키지 않은 기관은 우체국물류지원단 등 27곳이었다.
올해 성과 연봉제를 새로 도입한 11개 공기업·준정부기관 중에선 한국남부발전(26.2%)과 축산물HACCP기준원(11.2%)이 전체 연봉 대비 성과 연봉 비중 권고를 충족하지 못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김성진 재정부 제도기획과장은 “아직 권고치에 미달하는 부분이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성과에 따른 차등 연봉이 확산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