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인사이트] 변액보험 수수료 인하, 정부가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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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김광기
선임기자

변액연금보험에 대한 투자자의 불만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금융소비자연맹이 “변액보험 수익률이 물가 오름세도 따라가지 못한다”고 발표한 지 보름. 금융회사 창구와 인터넷에는 “이 상품에 계속 돈을 넣어야 하느냐”는 질의와 하소연이 넘쳐난다.

 “분석이 과장됐다”고 보험사들이 해명하지만, 고객들은 “평소 왜 이 모양인지 답답했는데 이제 이유를 알았다”고 외면한다. 본질에는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판매수수료(사업비)로 원금의 11~12%를 미리 떼간 뒤 고수익을 낸다면 오히려 이상할 일이다. 초저금리와 주가의 게걸음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달라질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최근 몇 년 새 변액보험 시장은 급팽창했다. 가입자 250만 명에 연간 보험료가 10조원을 넘는다. 전체 잔액도 70조원으로 주식형 펀드를 앞질렀다. 수수료가 그렇게 높으니 보험사며, 은행·증권사며 앞다퉈 판 덕이다. 펀드의 수익률에 불만이었던 투자자들은 “괜찮은 대체 상품으로 사망 보험금까지 준다”는 얘기에 솔깃해 돈을 옮겼다. 그러나 초기에 수수료를 왕창 떼고, 최소 10년 이상 투자해야만 펀드보다 유리하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려주는 곳은 거의 없었다. 보험사들은 이렇게 번 돈으로 과거에 판 고금리 보험에서 생기는 역마진을 메우고 있다. 변액보험 고객만 ‘봉’인 셈이다.

 보험사들에 물었다. “이제 수수료를 낮춰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응은 싸늘했다. “다른 상품과의 형평성 때문에 변액보험만 내릴 수 없다. 보험설계사들의 반발이 클 것이다”라는 내용이었다.

 과연 불가능한 일일까. 변액보험은 펀드처럼 투자손실을 고객이 떠안는 실적배당 상품이다. 일정 수익을 보장받는 일반 보험상품과 성격이 다르다. 그 때문에 수수료도 달리하는 게 오히려 당연할 수 있다. 게다가 국내 변액보험 수수료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높다.

 보험업계가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때문에 스스로 방울을 달지 못한다면, 정부가 나서는 수밖에 한다. 딱 들어맞는 사례가 있다. 펀드 판매수수료 인하 때 그랬다. 2005년 이후 국내 펀드 시장이 공전의 호황을 누릴 때 펀드 판매사들은 연 1.5~2.5%의 높은 수수료를 떼갔다. 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그러나 업계는 “더 좋은 서비스로 보답하겠다”고 계속 딴전을 피웠다. 결국 2009년 금융위원회와 감독원이 나서 펀드 판매보수를 연 1.0% 이하로 강제 인하했다. 그러기 전에 업계가 알아서 움직이는 게 순리다. 투자자들의 불만이 누적되면 결국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 게 뻔하다. 그건 모두가 패자가 되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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