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노 마모루 원작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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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어판으로 나오기 시작한 일본 애니메이션 전문 잡지〈뉴 타입〉. 〈뉴 타입〉은 일본에서도 〈아니메쥬〉와 더불어 애니메이션 전문 잡지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잡지로 많은 독자층을 거느리고 있다.(아시다시피 뉴 타입이라는 말은 '건담'에서 나오는 말로 우주에서 태어난 2세대 인류를 뜻한다.)

국내용으로 발매되는 〈뉴 타입〉에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한글판이 연재되고 있지만, 일본어판 〈뉴타입〉에는 SF판타지의 거장 '나가노 마모루'가 연재하는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가 연재되고 있다. 이 작품은 〈뉴 타입〉의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한동안의 휴식기를 제외하고는 계속 연재되고 있다.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는 지금까지의 어느 만화하고도 달랐다. 미래인 듯 하지만 마법도 나오며, 과거인 듯하지만 '모터 헤드'라고 불리 우는 로봇들도 등장한다. 배경은 지구하고는 거리가 먼 우주이며 주인공인 '아마테라스 황제'는 '빛의 신'으로 불로 불사의 몸이다. 얼핏보면 황당한 내용이지만 그 황당함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나가노 마모루의 능력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인기 만화를 애니메이션화하자는 말은 많이 있었지만, 애니메이션화는 좀처럼 되지 않았다. 〈아니메쥬〉에 인기리에 연재되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의 계곡의 나우시카〉가 연재가 끝나기도 전에 극장판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에 비하면 너무 홀대를 당한 듯 했다. 그런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를 애니메이션화한 곳은 '카도카와 서점'였다.

하지만, 반다이에서도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의 그 복잡하고 방대한 내용을 모두 반영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지는 못하고, 또한 독자들도 장편 애니메이션화 때문에 질이 형편없는 애니메이션을 바라지도 않고해서, 애니메이션은 만화책 1권에 해당하는 정도의 분량으로 1개의 OVA(Original Video Animation)가 만들어졌다.

앞서 이야기 한 것 처럼,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의 역사는 너무 방대하다. 간략하게 줄여도, 7000년의 역사가 된다. 게다가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등장하고 사라지는 인물들도 너무 많아 이 이야기를 '간단히' 설명하는 것은 거의 무리에 가깝다.

전체 스토리를 알고 싶다면 만화책을 사보며 인내력을 가지고 기다리던지, 1권의 뒤쪽 부록편에 있는 간략하게 표현되어있는 역사 표를 봐야 할 것이다.
애니메이션의 내용은 앞서 말한 듯이 만화책 1권의 스토리와 같다.

모터 헤드의 정비사인 '레디오스 소프'로 변장한 '아마테라스 황제'는 파티마(모터 헤드의 움직임을 도와주는 인조인간)를 만드는 친구 발란셰공을 찾아간다. 그는 발란셰의 딸인 라키시스와 결혼하자는 약속까지 한 사이였다. 지난 시간동안 라키시스는 파티마가 되기 위해 기계속에 들어가 있었고, 나오는 날이 되어서 소프가 찾아온 것이었다.

하지만 라키시스는 그녀를 갖고자 하는 지방의 유지 유바 대공에게 끌려가고 소프는 그것을 알고 그녀를 데려오려고 한다. 그러나 라키시스와 소프의 무거운 미래를 알고 있는 그로서는 그녀를 데려가는 것은 상당히 망설여지는 일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라키시스는 소프가 데리고 가고, 도망치는 그들을 쫓아온 유바 대공을 최강의 모터 헤드 '나이트 오브 골드'로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사실은 이 뒤에 더욱 길고 많은 역사가 이어지지만, 애니메이션의 마지막에 나레이션으로 '이것으로 역사가 시작된다..'정도로 끝내고 있다.

인기 만화책의 애니메이션판. 그것도 OVA판이라는 것 때문에 여기저기 상당히 섬세한 애니메이션으로 완성되어 있다. 순정 애니메이션처럼 보이는 섬세한 외모, 그리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다. 애니메이션 칼라의 사용도 비교적 밝은 색을 이용하여 가벼운 느낌도 주고 있다.

이 작품은 등장인물이 워낙 많아서 성우의 사용도 그에 맞추어 많아진 것도 특징이다. 어느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등장인물이 많은 애니메이션, 예를 들면 〈은하영웅전설〉이나 〈기동전사 건담〉등 주요인물만도 여러 명이 되는 애니메이션일 경우 성우 한 명이 2가지 정도의 역할을 맡는다.

이때 주요 인물과 전혀 눈에 띄지 않는 인물이 가끔 눈에 띄는데, 이 작품의 경우, 주요 등장인물 한 명당 한 명의 성우가 맡고 있다.
OVA판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이 기본인데, 그 사이에 너무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여, 한마디 밖에 못하고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높은 퀄리티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반다이가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이 애니메이션은 기본적으로, 만화책 독자들을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지만,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만화책을 읽었다는 사람도 많다. '나가노 마모루'의 작품으로는 〈브레인 파워드〉도 유명하지만 난 이쪽이 훨씬 재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고 애니메이션도 만화도 다음 세기까지 계속 인기가 있을 명작이라 생각된다.

- 간단 애니 상식 -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가끔 '아마테라스'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마테라스'는 일본고기(日本古記)에 나오는 일본 최고(最古)의 신화에 등장하는 '빛의 신'의 이름이다. 우리나라로 예를 들자면 '단군 신화'에서 나오는 '환웅천왕(桓雄天王)'하고 같은 역할이라고나 할까. 직접 나라를 세운 적은 없으며 그의 자손이 나라를 세워 '야마토'라 이름지었다.(이 점도 우리나라의 신화랑 비슷해서 환웅의 아들인 단군이 나라를 세워 '고조선'이라고 이름지었다.)
지금의 일본왕도 이 아마테라스의 후손이라고 전해진다. 그러니까 일본인들이 '이키가미'(生神-살아 있는 신)이라고 부르면서 천황이라고 존중하는 이유도 이에 기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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