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성매매 파문' 오바마 경호원들, 호텔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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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서 열린 미주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왼쪽)과 클린턴 국무장관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호원들이 콜롬비아 해변 도시 카르타헤나에서 성매매를 한 혐의로 본국으로 소환됐다. AP통신은 15일(현지시간) 카르타헤나발 기사에서 “미국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 요원 11명과 미군 5명이 오바마 대통령 방문을 앞두고 숙소인 카리브호텔에서 현지 여성들과 성매매 등 ‘부적절한 행위(inappropriate conduct)’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곳에선 14~15일 미주 지역 31개국 정상이 참가한 미주기구(OAS) 정상회의가 열렸다.

 외신에 따르면 비밀경호국 요원들은 4월 초 카르타헤나의 해변 지역에 있는 카리브호텔에 투숙했다. 일주일간 머무른 뒤 정상회의 직전인 12일 체크아웃했다. 하지만 이들의 성매매 사실은 투숙 중 한 요원이 성매매 여성과 호텔방에서 언쟁을 벌이면서 드러났다. 이 호텔은 하루 숙박비가 200~300달러인 5성급으로, 야간에 객실을 방문하는 외부인은 프런트에 신분을 등록하고 다음 날 오전 7시 이전에 나가야 한다. 이를 어기면 경찰 또는 호텔 직원의 조사를 받는다. 언쟁을 벌인 성매매 여성은 프런트에 등록하지 않은 상태였다. 정확한 성매매 일시는 알려지지 않았다.

 백악관은 이 호텔을 이번 회담을 수행하는 관료와 출입기자들의 숙소로 지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곳에 머물지 않았다 .

 적발된 요원 11명은 모두 오바마 대통령을 직접 경호하는 엘리트 요원들로, 이 중에는 관리자 2명도 포함돼 있었다. 현재 최소 1명이 호텔에서 성매매를 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11명 전원의 성매매 가담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비밀경호국 측은 14일 성명에서 “11명 요원을 귀국 조치해 조사하고 있다”며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정상회의의 취지가 퇴색돼 유감”이라고 밝혔다. 미 남부군사령부는 “대통령 경호 지원차 파견한 군인 5명이 경호원들과 같은 호텔에서 미군 행동규범을 어겼다”며 “이들을 콜롬비아 내 미군 부대에 격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13일 정상만찬 중 성매매 스캔들을 보고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 역시 “개인적인 일탈행위인데, 오히려 언론이 호들갑을 떨어 문제”라며 “비밀경호국에서 적절히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콜롬비아 법률상 성매매는 제한된 허용지역(tolerance zones)에서만 합법이다. 카리브호텔이 성매매 허용지역 내에 위치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오바마 행정부의 남미 끌어안기 정책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로이터 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정부는 라틴 아메리카에 등을 돌리지 않는다’는 점을 설득하기 위해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경호원들의 성매매 스캔들로 그 의도가 손상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의에선 미국의 대쿠바 경제 제재 완화, 남미지역 마약 거래 중단 문제 등 민감한 사안들이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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