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데서 가깝게 책 읽지 마라’ 속설, 근거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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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눈 가까이 놓고 읽지 마라’

‘어두운 곳에서 독서하지 마라’ ‘손으로 눈을 비비지 마라’ 등 전 세계의 어머니가 거의 공통적으로 어린 자녀에게 들려주는 눈 관련 상식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습니다.”

 부산 벡스코(BEXCO)에서 16일까지 열리는 아시아태평양안과학술대회(APAO)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 한국을 찾은 브루스 스파이비(78·미국.사진) 국제안과협의회(ICO)회장은 “눈 건강과 관련해 민간에서 전해지는 속설은 대부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안과분야 최대 규모인 이 대회엔 안과의사 등 6000여명이 참석했다.

 스파이비 회장은 “책을 눈 가까이 놓고 독서한다고 해서 특별히 눈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며 “습관적인 행위라면 문제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책을 눈 가까이 대고 독서하는 것이 아이에게 이미 진행된 근시 탓일 수 있으므로 시력 검사는 필요하다고 했다.

 조도(照度)가 낮은 곳에서 독서하는 것도 눈 건강에 이렇다 할 악영향을 미치진 않으며 노안(老眼)의 발생시기와도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가볍게 비비는 정도라면 각막염 등 눈 질환을 일으키지 않는다. 우리 눈은 각종 세균들에 저항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눈물이 각막을 보호하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눈에 상처가 날 정도로 심하게 비비는 것은 곤란하다.”

 ‘국제 헬렌 켈러 이사회’ 이사이자 ‘국제 실명(失明)예방상’을 수상한 바 있는 그는 “최근 실명의 주된 원인은 선진국(한국 포함)의 경우 황반변성, 개발도상국은 백내장”이라고 말했다.

 “황반변성은 아직 정확한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다. 과거엔 치료법이 없었으나 요즘은 주사로 치료하는 방법이 생겼다. 예방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백내장은 황반변성보다 훨씬 흔한 병이다. 오래 살면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백내장 수술을 받을 필요는 없다. (백내장으로) 글을 읽기 힘들거나 밤에 눈부심이 심하다면 안과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그는 일본·중국인은 근시 비율이 높아 안경 쓴 사람이 많지만 한국에선 라식·라섹 등 교정 수술이 빈번하게 이뤄진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라식·라섹 등의 수술 성공률은 매우 높지만 수술 환자의 20∼50년뒤 추적 결과가 없다는 것이 약점이다. 라식 수술을 받으면 돋보기를 써야 하는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그는 눈 건강에 유익한 식품에 대해 “어머니들이 자녀에게 ‘당근을 먹을 것’을 권하는데 이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속설”이라고 답했다. 당근에 풍부한 베타카로틴·비타민A 등이 눈 건강을 돕고 황반변성의 진행을 막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안과 의사인 그가 눈 건강 유지를 위해 실천하라고 권하는 것은 두 가지다. “눈 검사를 받고 눈을 자주 사용하라”는 것이다. 운동이 팔·심장의 건강을 지켜주듯 눈도 계속 사용해야 건강해진다는 얘기다.

 “녹내장·당뇨병 환자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최소 연 1회 눈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증상이 없는 녹내장도 있으므로 40대가 되면 녹내장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평소 눈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2∼3년에 한 번 꼴로 눈 검사를 받아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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