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증산협의…유가 안정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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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이라크의 석유수출 중단에 따른 공급 감소를 메우기 위해 생산량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알리 알 누아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이 2일 밝혔다.

누아이미 장관은 이날 "사우디는 OPEC회원국 및 소비국을 대표한 국제에너지기구(IEA)와 현 시장상황을 평가하기 위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관영 SPA통신이 보도했다.

누아이미 장관은 이어 "석유공급의 감소를 감안, 이번 협의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고 비정상적인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실질적인 입장을 취하게 될 것"이라며 "산유국으로서 우리의 의무는 필요할 때 생산량을 줄이는 것 뿐만 아니라 시장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면 증산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OPEC의 잉여 생산능력이 하루 250만여배럴에 달한다며 이 물량이면 "시장안정을 확보할 수 있고 공급 부족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라크는 석유수출을 중단하기 이전까지 하루 240만배럴 가량을 세계 시장에 공급해왔다.

앞서 쿠웨이트의 셰이크 사우드 나세르 알 사바 석유장관도 지난 1일 OPEC회원국들이 이라크의 석유수출 중단에 따른 공동 대처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라크의 석유수출 중단에도 불구, 국제 유가는 미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략비축유 방출 약속에 따라 오히려 내림세를 나타냈다.

뉴욕상품시장의 서부텍사스 중질유는 지난 1일 이라크의 석유수출 중단 소식이 전해진 뒤 배럴당 34.03달러까지 상승했으나 곧 하락세로 반전, 전날보다 1달러 80센트 내린 32.02달러로 마감됐다.

런던석유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도 같은 날 한 때 31.61달러까지 올라갔다가 29.75달러로 폐장돼 전날보다 1달러 58센트 하락했다.

원유 수출가격 책정을 놓고 유엔과 신경전을 벌여온 이라크는 지난달 30일 오후부터 터키의 제이한항과 걸프만의 미나 알 아크르항을 통한 원유수출을 중단했다.

이라크는 원유 수입회사들에 배럴당 50센트의 초과 부담금을 이라크가 통제하는 은행계좌에 입금시킬 것을 요구했으나 수입회사들이 유엔 제재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자 석유수출을 거부하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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