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대선 레이스 돌입 … ‘안철수 구애’ 뜨거워질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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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호 08면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13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 사퇴를 밝히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주 새누리당의 단독 과반 의석(152석)으로 총선이 끝났다. 민주통합당이 127석, 통합진보당 13석, 자유선진당이 5석, 무소속 3석 순이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12월 대선을 향해 순풍에 돛을 달게 됐다. 총선 직후 실시된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한국갤럽)에서 그는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45.1% 대 35.9%로 눌렀다.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여당을 구원하면서 자신의 대중적 인기와 정치적 리더십을 입증했다. 그러나 즐길 틈도 없이 8개월간의 기나긴 대선 레이스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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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위원장의 과제는 총선을 꼼꼼히 반추하는 데서 나온다. 전체 지역구 투표에서 새누리당은 민주당보다 117만 표를 더 얻었지만 ‘민주당+진보당’의 야권연대에 12만2000표를 뒤졌다. 정당 비례대표 투표에서도 새누리당은 42.8%를 얻었지만 역시 ‘민주+진보당’의 46.75%보다 낮았다. 민심의 풍향계인 수도권에선 112석 중 43곳만을 건졌다. 유권자 300여 만 명의 거대 표밭인 부산에서 야권연대에 40% 가까운 표를 잠식당한 것도 아픈 대목이다.

특히 야권의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교수,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 김두관 경남지사가 모두 PK(부산·경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PK는 여전히 올 대선 정국의 캐스팅 보트를 쥔 지역이다. 박근혜 위원장이 총선 기간 중 부산을 다섯 번이나 찾아 문재인 고문의 ‘나홀로 당선’ 수준에서 야권 바람을 잠재운 것은 총선의 하이라이트 장면이었다. 갈수록 투표율이 높아지는 2030세대의 표심을 잡는 것도 변수다. 박 위원장이 8개월 동안 ‘대세론’에 얹혀갈 형국은 아니라는 얘기다. 취약점으로 지적돼온 정책적 비전과 소통의 능력, 포용력을 얼마나 보완하느냐가 대선 승부를 가늠할 전망이다.

패배 책임을 지고 한명숙 민주당 대표가 사퇴해 두 달 안에 새 대표를 뽑아야 할 민주당으로선 답답한 상황이 됐다. 상승세였던 문재인 고문도 도약의 기회를 놓쳤다. 친노무현계, 구(舊) 민주당계 등의 복잡한 구도에서 당을 추스를 구심점도 마땅치 않다. 자칫 박근혜의 유일한 대항마로 보이는 안철수 원장만 바라보며 “빨리 와달라”고 응석 부리는 처지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정체성을 가다듬는 게 관건이다. 진보당에 끌려가고 김용민의 나꼼수에 기대는 얄팍한 처세로 정통 제1야당의 책임과 무게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반(反) MB, 비(非)새누리당 성향의 중도층을 다시 흡인하려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해군기지, 무상급식 등 복지 문제에 대한 입장을 재정립해야 한다. 반(反)국가성, 공산주의 추종 논란에 휩싸인 진보당과의 관계 역시 되새겨 볼 대목이다.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안철수 원장을 야권의 대선 경선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이런 전제 아래 안철수·문재인·김두관 등의 경선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것만이 현재로선 야권의 유일한 승부수로 보인다. 더구나 안 원장은 수차례 선거를 통해 검증을 받았던 박근혜 위원장과는 달리 ‘공적 영역의 리더십’이란 혹독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올 하반기 국회에서까지 민주당이 지루한 ‘정권 심판’만 외치고 트집만 잡아선 민주당의 미래란 없다. 역대 선거에선 늘 무엇을 반대만 하는 편보다는 내가 뭘 하겠다는 쪽이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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