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로켓 공중폭발 추락' 이후 김정은 표정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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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3대(代) 세습왕조 확립을 위한 ‘축포’로 준비해온 장거리 로켓 발사가 13일 실패로 돌아갔다. 이날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12기 5차 회의를 열고 김정은을 국방위 제1위원장에 추대했다. 이틀 전 당대표자회에서 노동당 제1비서, 당 정치국 상무위원, 중앙군사위 위원장에 추대된 데 이은 권력승계 마무리 수순이다.

 이날 발사 실패로 15일(김일성 생일 100주년) ‘강성대국 원년’ 진입을 선포하려던 김정은은 축제의 클라이맥스 직전 큰 타격을 입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에서 “김정은의 체면이 많이 손상돼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나 3차 핵실험, 대남 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패닉 상태에 빠졌을 것”(정부 관계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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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큰 관심사는 발사 실패가 몰고 올 북한 내부의 불안과 한반도 긴장 고조다. 2009년 김정은은 자신이 추진한 화폐 개혁이 실패하자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을 공개 처형했다. 그때처럼 로켓 발사에 관련된 군부와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인사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종원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인책 과정에서 체제 내부 긴장과 (엘리트 간)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김정은 체제 출범 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라고 말했다.

로켓 발사 실패로 김정은은 내부적으로 주민들의 자부심을 고취하지도, 대외적으로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기술을 과시하지도 못했다. 이는 김정은에 대한 주민 불신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이종원 교수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북·중 관계가 긴장상황으로 치달으면 북한 체제도 급격히 약화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날 최고인민회의 개막에 앞서 오전 7시38분55초,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고를 뒤로 한 채 동창리 기지에서 발사를 강행했다. 로켓은 2분15초 만에 서해상에서 공중 폭발했다. 신원식 국방부 정책기획관(소장)은 “백령도 상공에서 1단 추진체가 1차로, 최고 고도 151㎞에서 하강하면서 2, 3단계 추진체가 2차로 폭발을 일으켜 20여 개 조각으로 분리돼 추락했다”고 말했다. 잔해물은 평택에서 군산에 이르는 서해상의 100~150㎞ 지역에 떨어졌다. 새 지도자 김정은의 위상도 로켓 파편처럼 쪼개져 흩어진 셈이다. 북한은 발사 4시간20분이 지난 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광명성 3호의 궤도 진입 실패’를 인정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2·29 합의를 깨고 로켓 발사를 강행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1874호 위반으로 강력한 제재에 직면할 것이란 국제적 압박도 개의치 않았다. 발사에 든 비용은 8억5000만 달러(약 1조원). 북한 주민들의 1년치 식량 부족분을 구입할 수 있는 액수다. 로켓 발사를 통한 상징 조작, 이를 통한 체제 안정이 그 정도로 절박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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