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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할리우드는 그의 영화 평론에 애간장 녹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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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로저 에버트:
어둠 속에서 빛을 보다
로저 에버트 지음
윤철희 옮김, 연암서가
640쪽, 3만원

로저 에버트는 영화평론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1975년 영화평론가로는 처음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로저 에버트가 말하길(says)…”로 시작되는 그의 평론은 신문은 물론 온라인, SNS에서까지 확대 재생산되며, 영화 리뷰의 바로미터가 된다.

 그가 TV 영화 비평프로그램에서 선보인 엄지손가락을 올리거나(thumbs up) 내리는(thumbs down) 방식은 영화의 작품성과 흥행성을 표현하는 가장 대중적인 방식이 됐다. 때문에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제작자들이 그의 엄지손가락을 쳐다보며 애간장을 녹였다.

 에버트는 2002년부터 앓아온 갑상선암으로 턱뼈 일부는 물론 목소리까지 잃었다.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고 예전보다 더 많은 글을 쓰며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전작 『위대한 영화』가 숱한 걸작영화의 푸짐한 상차림이었다면, 이 책은 에버트 자신의 진솔한 고백록이다. 그가 살아오며 사랑한 것과 잃은 것, 알코올 중독의 극복, 결혼과 영적인 믿음 등을 연대기로 기록했다. 존 웨인·로버트 미첨·마틴 스코세이지·우디 앨런 등 할리우드 스타들에 대한 통찰력 있는 스케치까지 더해져 단순한 회고록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나는 내 인생이라는 영화 안에 태어났다. 비주얼이 내 앞에 있었고, 오디오는 나를 에워쌌다”(13쪽)는 대목처럼 좌절을 딛고 일어선 그의 삶은 한 편의 영화다. 그가 메가폰을 잡고 자신의 삶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면 그것은 분명 인간승리 드라마일 것이다. 이 책은 그 영화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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