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전 리눅스가 ‘사고’칠거라고 확신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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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벽 업체는 많지만, 바이몬(BiMON)처럼 가격이 낮고 실행성능이 우수한 제품은 드뭅니다. 바이몬이 리눅스 기반 제품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지요.”

보안 전문업체 리눅스시큐리티 백석철 대표이사(40)는 보안시장에서 NT 기반 제품보다 리눅스 기반 제품이 더 적절한 까닭이 ‘가격’과 ‘성능’에 있다고 강조한다. 게다가 국가와 기업, 개인간의 정보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요즘, ‘보안’에 있어서는 다른 어떤 운영체제보다 리눅스가 안전하고 적합하다.

백대표는 이런 이점을 살려 IDC와 같이 방화벽을 많이 필요로 하는 곳과 ISP를 중심으로 시장 공략을 하고 있다. 올해 출시한 바이몬은 이미 KIDC를 비롯 울산의 UIDC, 한국정보인증, 한국전자인증, LG-EDS, 데이콤의 ISP인 보라넷 등에 납품한 상태다.

백대표가 처음 리눅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2년 무렵. 한국통신 근무 중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 박사과정에 파견되어 있을 때였다. 리눅스를 이용하면 PC로 멀티 프로세싱이 완벽히 구현된다는 내용을 잡지에서 보고, 5일 밤낮을 투자해 486PC에 리눅스를 깔고 X윈도를 띄우는 데 성공했다.

“그걸 띄우고 보니 당시 나왔던 MS의 윈도3.1은 OS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때 ‘리눅스가 일을 낼 것이다, MS에 타격을 줄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이후 백대표는 평생 취미 삼아 리눅스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1995년에는 정말 취미 삼아 리눅스로 PC용 방화벽을 만들기도 했다. 그때까지는 그 자신도 리눅스가 취미를 넘어본업이 될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일에 치인다 싶으면 머리 식히기 위해 전공이었던 물리학이나 수학 서적을 집어든다는 백대표는 언뜻 보기에도 경영인이라기보다는 학문하는 이 같다.

국내외에 발표한 수십 건의 논문을 봐도 그렇고, 큰 방 대신 연구실 한 구석에 위치한 그의 자리를 봐도 그렇다. 올해 초 합병한 정화시스템 이홍섭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는 있지만, 그에게도 경영자로서의 능력은 필요했을 터.

“3년간 일한 한국통신을 나왔을 때 이미 리눅스 기반 방화벽에 대한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회사를 설립하지 않은 건 정글과 같은 기업 생태계를 경험하고 공부해야 자신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서였죠.”

백대표는 짧은 기간 동안 (주)시큐어소프트, 금융결제원, 한국정보인증(주) 등을 거치며 사람을 겪었고, 기업 메카니즘과 M&A, 회사 설립 등을 경험하게 됐다. 그 1년 반이 한국통신 13년 전체보다 더 힘들었다고 한다. 혹독한 경영수업이었던 셈이다.

리눅스시큐리티(주)는 현재 시큐리티 솔루션과 데이터 백업 솔루션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백대표는 이를 기반으로 리눅스 시큐리티의 사업방향을 ‘리눅스 기반 시큐어 SI’로 잡고 있다고 밝힌다.

앞으로는 e커머스든 뭐든 보안을 생각하지 않고는 SI가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인 것이다.

“골프를 칠 때, 우선은 공이 날아갈 곳을 바라보고 가늠을 하지만 그 다음에는 공만 바라보고 제대로 쳐야지 허공을 보고 치면 안 되지요. 지금이 바로 현재에 충실할 때, 즉 공을 칠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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