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스타열전 (42) - 알 라이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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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스타들 가운데는 야구가 야구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며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사회로 되돌릴 줄 아는 선수들이 있다.

어린이에 대한 남다른 사랑으로 2000년 로베르토 클레멘테상을 수상한 뉴욕 메츠의 투수 알 라이터도 이런 선수들중 한 명이다.

라이터는 시즌중 등판이 없는 날이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불우한 어린이들과 만난다. 그곳에서 그는 단지 먹거리만이 아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자신의 시간들을 할애한다.

그가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세워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데 주저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야구 인생이 꿈과 희망이 없었다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고난의 연속이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1965년 10월23일 뉴저지주 톰스 리버에서 태어난 라이터는 어린 시절 뉴욕 메츠의 팬이었다. 하지만 얄궂게도 운명의 끈은 그에게 양키스의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게 만들었다.

84년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양키스는 그 해 고등학교 졸업반이던 라이터를 선택했다. 당시 라이터는 10승 무패에 4번의 노히트 경기를 기록했을 정도로 뛰어난 선수였다. 특히 6월4일의 경기에서는 14.1이닝동안 32명의 타자를 삼진아웃시키며 고등학생으로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지에 사진이 실리기도 했었다.

양키스와 계약후 마이너리그에서 선발 투수 수업을 쌓았던 그는 87년 21살의 어린나이에 메이저리그에 입문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95마일의 불같은 강속구를 가진 그는 양키스의 다혈질 구단주 스타인브레너의 입맛에 딱 맞는 그런 선수였다.

그러나, 그에게는 정신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좀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에 대한 거품이 빠졌던 89년 그는 토론토행을 통보받았다. 양키스로서는 그의 더딘 성장에 지쳐있었으며 당시 양키스에 유난히 많았던 왼손투수들도 그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토론토로 이적해서도 그는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부상으로 인해 그는 89년부터 92년까지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며 단 9경기만 등판했을 뿐이었다.

잊혀진 선수가 되어가고 있었던 그가 재기의 날개짓을 시작한건 그의 나이 27살때인 93년, 그는 그해 34경기에 등판 주로 불펜투수로 뛰며 빅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100이닝 이상을 투구했고 9승6패 방어율 4.11의 성적을 올렸다. 그해 토론토는 92년에 이어 월드시리즈를 제패했고 라이터는 포스트시즌 5경기에 등판했다.

93년 인상적인 투구를 보인 라이터는 94년 39살의 노장 잭 모리스가 클리블랜드로 이적하자 선발투수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선발투수의 보직을 맡은 첫 해를 평범하게 보냈던 그는 2년째이던 95년 팀내 방어율(3.64), 다승(11승), 탈삼진(153개) 1위를 기록하며 어느덧 다른 팀들이 탐내는 선수가 되었다.

95년 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 라이터는 그해 겨울 창단 3년째였던 플로리다 말린스와 계약을 맺었다. 말린스에서 라이터는 한차원 높은 선수로 발전한다.

라이터는 96년 5월11일 콜로라도전에서 노히트노런을 펼쳤고 필라델피아에서 벌어진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등 우승 청부사 케빈 브라운과 함께 말린스 마운드의 쌍두마차로서 맹활약을 펼쳤다. 그해 가을은 그 어느해보다 풍성한 수확을 그에게 가져다 주었다. 16승을 거두며 17승의 브라운에 이어 팀내 2위를 기록했고 방어율(2.93) 탈삼진(200개) 투구이닝수(215.3)에서도 메이저리그 정상급의 성적을 기록했다.

97년 팀은 월드시리즈에서 기적과도 같은 우승을 일궈내며 최고의 한 때를 맞았지만 알 라이터는 잦은 부상으로 96년과 같은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97년은 그에게 의미있는 한해였다. 그해 그는 어린이를 위한 라이터스 랜딩(Leiter’s Landing)을 설립, 말린스 경기에 어린이들을 초청하면서 어린이를 위한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운명은 그를 뉴욕행 비행기편에 몸을 싣게 만들었다. 말린스는 98년 주축 선수들 대부분을 다른 구단에 팔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라이터도 어린 시절의 애잔한 기억이 남아있는 메츠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신발 끈을 고쳐 맸고 그의 주무기인 컷 패스트볼은 다시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해 그는 왼쪽 무릎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최고기록인 17승과 2.47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소속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해 10월28일 라이터는 메츠와 4년간 3천2백만달러의 재계약에 합의했고 계약직후 1백만달러를 자선단체에 기부할 것이라고 밝혀 많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99년 라이터는 왼쪽 무릎의 이상으로 수술대에 오르기도 하는 등 부상으로 고생을 했지만 시즌 마지막 경기인 10월4일 신시내티전에서 완봉승을 거두며 팀을 88년이후 11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올시즌 그는 16승8패, 방어율 3.20으로 팀을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는데 공을 세웠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의 악령은 그에게 승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특히 그는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142개의 투구를 기록하며 분전했지만 9회초 2사후 루이스 소호에게 허용한 통한의 2타점 결승타는 그를 금년 서브웨이시리즈에서 가장 불운한 사나이로 만들었다.

그렇지만 그는 월드시리즈의 작은 실패에 결코 좌절하지 않을것이다. 그에게는 자신이 사랑하는 많은 어린이들이 있고 아직 그 누구보다 뜨거운 야구에 대한 열정이 가슴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가올 2001년에도 그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어린이들을 도울 것이고 다시 한번 타자들을 향해 컷 패스트볼을 던질 것이다.

알로이스 테리 라이터(Alois Terry Leiter)

- 생년월일 : 1965년 10월 23일
- 신장 : 190cm 체중 : 100kg
- 투타 : 좌투, 좌타
- 연봉 : 7백7십5만달러
- 소속 : 뉴욕 양키스(87~89) 토론토(89~95) 플로리다(96~97) 뉴욕 메츠(98~현재)
- 통산성적: 264경기 106승79패 1,307탈삼진 방어율 3.73

- 주요 경력
1987년 9월15일 메이저리그 데뷰, 올시즌 메이저리그 14년차
올스타전 2회출전: 199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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