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상한제 하반기 도입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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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새누리당이 19대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서 새누리당 공약이 실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반적으로 ‘좌클릭’한 공약이 많기 때문에 야권의 협조를 얻기도 쉬울 전망이다. 게다가 공약을 실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12월 대선 때문이다. 총선 과정에서 정책 공약은 뒷전이었지만, 총선이 끝나자 공약집을 든 새누리당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당장 현실화될 수 있는 공약은 전·월세 가격이 크게 오른 지역에 전·월세 상한제 도입이다. 여야의 ‘최대공약수’ 공약인 만큼 논의 과정은 거침이 없을 전망이다. 이르면 하반기 중 방안이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 안에 따르면 전·월세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두 배 이상인 지역은 특별신고지역으로, 세 배 이상인 지역은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된다. 상한제는 특별관리지역에 적용된다. 물가상승률의 세 배를 초과해 받은 임대료는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상한제 실시 지역은 1년 단위로 지정되며, 최대 3년까지 지정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한 당정 간 협의도 곧 재개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서 거래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강남 3구에 대한 투기지역 해제는 검토 대상이지만, 부동산 관련 금융 규제를 푸는 것은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시장의 기대는 높지 않다. 우리투자증권 양해근 부동산팀장은 “주택 구매 수요가 살아날 요인이 별로 없어서 당분간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는 여야의 공통 공약이자, 동시에 정부도 구미가 당기는 정책이다. 복지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금융소득 4000만원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은 2000만원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민주통합당 공약은 3000만원이었다. 애초 이 제도는 부부의 금융소득을 합쳐 4000만원 이상이면 과세하는 제도였으나, 2002년 위헌 판결로 개인당 4000만원으로 조정됐다. 대주주에 대한 주식양도차익과세 강화,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거래세 도입도 공약됐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세제 개편을 8월 발표될 정부 세제개편안에 담아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휴대전화 음성통화료를 20% 할인하거나 심야근로(0시~오전4시) 제한 등은 현실화까지 상당한 논의가 불가피하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이겼지만 대기업 규제가 느슨해지지는 않는다. 현 정부가 추진해온 일감 몰아주기 규제, 중소기업 업종 보호 등이 주축이다. 새누리당은 “대기업 임원과 지배주주 일가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선 사면권 행사를 최대한 억제하겠다”고 공약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등 야권 공약은 당분간 현실화되기 어렵겠지만 노동계의 입김은 더 커진다. 황인철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홍보본부장은 “노동계 출신 의원이 13명으로 18대보다 많으며, 이 중 야권이 12명”이라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영훈·문병주·박일한 기자

새누리당 주요 경제 공약

▶ 일자리 확대

● 청년취업지원센터, 청년인재은행 연내 설립

● 벤처기업 M&A 거래소 설립

● 휴직 근로자 고용유지금 지급(임금의 50%)

▶ 세제 개편

● 금융소득 과세 기준 4000만원 → 2000만원, 내년 시행

● 파생금융상품 거래세 도입

● 주식양도차익 과세 대상 확대

▶ 중소기업 지원

● 중소기업 근무 조건 대학등록금 지원

● 중소기업 취업자에 공공임대주택 우선권

● 개인사업자 연대보증 폐지, 5월 시행

▶ 노동 환경 개선

● 대기업 고용형태 공시제도 도입

● 심야근로(0시~오전 4시) 제한

● 60세 정년 의무화 단계적 시행

▶ 부동산

● 전·월세 특별관리지역 지정, 상한제 실시

● 임대주택 120만 가구 건설 (2018년까지)

▶ 대기업 규제

● 친족회사 내부거래 정기 직권조사 추진

● 대형 유통업체, 중소도시 진출 제한

● 중소기업 업종에 대한 대기업 규제 강화

▶ 기타

● 노인 근로장려세제 도입, 연내 계획 마련

● 학자금 대출이자 연 3.9% → 2.9%

● 휴대전화 음성통화료 20% 인하

자료: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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