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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안 좋을수록 독특한 메뉴로 차별화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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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적은 자본을 투자해 고수익을 올리는 이른바 ‘강소 점포’ 운영하기. 창업을 준비하는 모든 이의 꿈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입지가 좋아야 한다는 것도 다들 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그런 ‘좋은 목’에는 이미 다른 가게들이 빼곡히 들어찬 상태다. 운 좋게 자리가 있다 싶어도 보증금과 임대료가 만만찮다. 넉넉지 않은 창업 비용으로 들어갈 곳은 변변치 않은 골목 상권뿐이라는 이 ‘불편한 진실’. 하지만 그런 곳에서도 살아날 구멍은 있다. ‘구석 가게’를 200% 활용해 성공한 ‘강소 창업주’들의 조언을 모았다.

심서현 기자

구석에 자리 잡은 가게라도 차별화된 메뉴로 ‘강소 점포’가 될 수 있다. 사진은 서울 정릉동 주택가에 있는 ‘사이야’ 내부 모습. ‘프랑스식 이자카야’ 요리를 내놓는 이곳 손님 중 60%가 여성이다. [사진 FC창업코리아]

‘강소 점포’의 첫 단계는 제품 차별화다. 가장 대중적인 창업 업종인 외식업의 경우 익숙한 메뉴에 약간의 독특함을 가미하면 승산이 있다. 서울 정릉동의 일반 주택가에서 8000만원으로 창업해 월 900만원의 순익을 올리는 왕혁균(45) 사장이 그런 예다. 왕 사장은 퓨전 이자카야 ‘사이야’를 운영하고 있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일본식 술집 이자카야지만 음식에 프랑스식 소스를 결합해 차별화했다. 주 메뉴 가격이 8000~1만5000원으로 일반 이자카야보다 30% 이상 저렴하다. 이 집에는 도수가 낮은 사케와 깔끔한 안주를 선호하는 여성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39.6㎡(12평)인 이 점포의 월 평균 매출은 3000만원 선이다. 왕 사장은 “지하철역도 멀고 근처에 상가도 없는 동네상권이라 월 110만원이라는 비교적 적은 임대료로 가게를 낼 수 있었다”며 “덕분에 차별화된 메뉴를 내놓으면서도 가격을 낮추는 게 가능했다”고 말했다. 입지의 불리함을 차별화된 메뉴와 저렴한 가격으로 극복한 것이다.

동남아 각국 요리를 내놓는 ‘오리스’도 구사하는 전략이 비슷하다. 복합쇼핑몰이나 대형 식당가에서 맛볼 수 있는 40여 종의 이색 라이스·누들 요리를 주택가 인근에서 다른 데보다 20% 이상 싸게 판다. 포장판매도 가능하다. 점포 규모가 49.5㎡(15평)이면 창업 가능하다.

테이크아웃이나 특화된 배달서비스도 골목 소형 점포의 생존전략이 될 수 있다. 수제닭강정전문점 ‘줄줄이꿀닭’은 ‘테이크아웃 only’ 전략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치킨을 한 마리씩 파는 대신, 뼈 없는 순살치킨 닭강정을 컵에 담아 판다. 작은 컵 1000원, 큰 컵은 2000원. 어린이도 사먹을 수 있는 가격이다. 박민경(37·여) 사장은 경기 부천 송내동에서 33.3㎡(10평) 규모의 줄줄이꿀닭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손님이 하루 종일 끊이지 않는 이곳의 일 평균 매출은 150만원대다. 1000원짜리 컵치킨을 매일 1500명이 사가는 셈이다. 지난달에는 매출 4500만원에 순이익 1200만원을 기록했다. 남편과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박 사장은 “테이크아웃 판매라 배달 인건비가 나가지 않아 이익률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줄줄이꿀닭은 33㎡(10평) 이하 점포로도 창업이 가능하고 가맹비도 받지 않는다. 최근 한 달간 이 브랜드 가맹점 20개가 새로 생겼다.

강병오(창업학 박사) 중앙대 겸임교수는 “틈새시장은 어디나 존재한다”며 “메뉴의 차별화, 저렴한 가격, 고객 밀착 서비스 등 중대형 상권 점포가 가질 수 없는 장점을 갖춘다면 좁고 외진 동네상권의 한계가 도리어 임대료가 싸고 운영이 효율적이라는 강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건물 2층이나 지하 점포는 ‘불리한 입지’의 또 다른 대명사다. 1층에 비해 방문객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에도 해법은 있다. 일부러 가게를 찾는 ‘목적형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천호역 근처 병원 건물 3층에서 케이크숍 ‘단하나케이크’를 운영하는 문인재(60) 사장 부부가 그런 예다. 2010년 문 사장은 빠듯한 창업자금으로 가게를 낼 곳을 물색했다. 지하철역 100m 거리에 20평 규모 매장이 권리금도 없이 보증금 3000만원에 나와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건물 3층이라는 불리한 위치 때문에 남아 있는 자리였다. 문 사장은 이곳을 택하며 업종을 ‘DIY 케이크’로 정했다. 가구 공방처럼 고객이 매장에서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가져가는 것이다. 개성 있는 나만의 케이크를 만들려는 10~20대가 선호할 만한 가게다. ‘목적형 고객’은 가게를 찾아서라도 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다소 불리한 입지에 가게를 낸 것이다. 문 사장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이 매장에는 하루 30~40명의 젊은 고객이 찾아와 케이크를 만들고 사 간다. 문 사장은 “한눈에 매장을 찾지 못하는 고객들은 꼭 전화를 걸어 위치를 문의한다. 케이크를 직접 만들고 싶어 하는 젊은 층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고정 고객층이 형성되니 3층이라는 입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1층 이외의 곳에 매장을 낼 때는 판매 제품의 특성을 잘 살펴야 한다”며 “액세서리 판매점이나 편의점·이동통신대리점처럼 제품과 서비스의 차별성이 크지 않다면 1층이 확실히 유리하지만, 병원이나 피부관리숍 등 특화된 상품이라면 굳이 1층이 아니어도 고객이 찾아서 방문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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