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기술은 우리가 미국보다 훨씬 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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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to Peer가 인터넷을 모두 바꾸어놓을 겁니다. 웹 기반의 서버 중심 인터넷이 해체되고 개인 중심의 인터넷으로 바뀌게 되는 거죠. 인터넷에서도 개인에 대한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 11월 8일 국내 P2P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뭉쳐 한국P2P협회를 설립, 초대회장에 와우프리 커뮤니케이션의 최용관 대표(32)가 선임됐다. 음악파일 공유 시스템인 ‘냅스터’를 통해 주목받기 시작한 P2P는 개인간 파일 공유 시스템을 의미하는 말. 소리바다, 오픈포유 등 P2P 서비스 관련 기업 30여 개와 연구모임, 포럼, 개인 등이 현재 협회에 참여한 상태다.

최사장은 “미국에서 디지털 파일 공유 정도로 이용되고 있는 P2P가 국내에서는 전자상거래와 웹 캐스팅 등에도 적용되고 있다”며 “미국과 비교해 기술수준은 비슷하지만 전체적인 전개 속도는 훨씬 빠르다”고 말했다.

그는 또 P2P에 대해 “우리나라가 인터넷에서 원천기술을 가질 수 있는 최초의 기회를 갖게 된 것”이라며 “P2P 분야의 세계 표준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내 P2P 관련 기업들의 규모가 작고 자본력이 뒤지는 것이 현재 어려움이라며 협회 결성을 통해 개별기업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함께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P2P협회는 펀딩, 사업추진, 대외협력, 기술교육 등 4개 분과위원회를 구성, 각 분과위원회별로 세부적인 활동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P2P에 수익모델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최사장은 “P2P는 새로운 인터넷을 향한 거대한 흐름”이라며 “지금 상태에서 P2P의 수익모델에 대해 너무 집착하다보면 한 때 유행으로 그칠 수도 있다. 적어도 3년 이상은 내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파일 공유를 통한 불법, 음란파일들의 여과없는 전파나 저작권 문제 등 P2P가 가질 수 있는 부정적인 기능에 대해서 “웹에도 수많은 음란 사이트들이 존재하듯이 진보된 기술로 나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라며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는 냅스터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법으로 그것을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관련단체에서 스스로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화가 교환수를 통하지 않고 직접 개개인에게 연결되듯이 인터넷도 서버라는 교환수 대신 개개인이 직접 연결하는 일대일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용관 사장은 98년 와우프리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회사를 설립, 광고를 보면 무료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애드웨어(adware)와 고가 소프트웨어에 대해 사용한 시간만큼 과금하는 프로그램 종량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공유하고 함께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최사장은 노동운동가 출신. 88년 서울공고를 졸업하고 처음 들어간 직장에서 노조결성을 주도하다 해고당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 후 5년 동안 노동현장에서 노동운동을 해왔고 와우프리 커뮤니케이션을 창업하기 전까지는 노동운동 단체들을 대상으로 인쇄물 등을 제작하는 ‘청년’이라는 기획사를 운영해왔다.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어울리는 자리가 있다. 최사장에게 P2P협회장은 바로 그런 자리다. 노동현장에서 못다한 ‘나눔’의 미학을 이제 인터넷에서 펼쳐보이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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