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수 ~ 출동 20초 … 울산의 ‘원스톱 112’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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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울산시 중구 성안로 울산경찰청 종합치안상황실에서 이민호 상황팀장(왼쪽 서서 지시하는 사람)과 직원들이 신고전화를 처리하고 있다. 신고접수와 출동까지 20초도 걸리지 않았다. [송봉근 기자]

10일 오전 9시 울산지방경찰청 종합치안상황실. ‘ㄷ’자 모양으로 생긴 280㎡(85평) 크기의 상황실은 7개 부서로 나눠져 있었다. 입구 왼쪽으로 112접수대와 추적종결대, 분석대응반, 상황팀장 자리가 있고 오른쪽에는 상황담당관과 상황반, 상황당직관(경무관 근무) 푯말이 보였다.

 112접수대에서는 20~30초꼴로 4대의 전화가 돌아가며 울려댔다.

 전화를 받던 여경이 손짓을 하자 이민호(39·경감) 상황팀장이 대응반 자리로 뛰어갔다. 상황을 파악한 그는 무전기를 들었다. “순마(순찰차). 순마. 남구에서 차량 도난 발생. 인근 순마 출동”이라고 다급히 외쳤다. 차량 도난 사건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상황담당관 조규형(39) 경정이 추가 병력 투입을 결정하고 곧바로 긴급배치 지령을 내렸다. 이 지령은 울산지역 순찰차 61대에 설치된 IDS(112 순찰차 신속배치시스템) 단말기에 동시에 전파된다.

한 사무실에서 112 신고 접수와 출동, 추가 경찰력 배치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진 것이다. 20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것이 조현오(57) 경찰청장이 전날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112 신고 체계를 손질하겠다”고 밝혔던 ‘지휘관 직속 종합치안상황실’의 모습이다. 기존의 112지령실과 상황실을 통합한 것으로 경무관이 책임자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지난 2월부터 이 종합치안상황실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범 운영 중이다. 울산지방경찰청 차장인 서범수(49) 경무관 지휘하에 경정 1명(상황담당관), 관리요원 1명(행정담당)을 두고, 1개 팀별 6명씩 3개 팀 20명의 경찰관이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고 있다.

 종합치안상황실은 지금까지의 112신고센터와는 완전히 다르다.

 수원 20대 여성 살해 사건처럼 ‘코드 1’로 분류되는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신고 접수와 동시에 상황을 자체 판단한 뒤 다양한 형태의 출동을 바로 지시한다. 그러나 기존 112신고센터는 생활안전과장(총경)에게 보고 후 다시 경비교통과 소속인 치안상황실에 상황을 전파해야 했다. 그러면 치안상황실은 추가 경찰력 출동이나 타 경찰서와 공조수사 등을 판단해 명령을 내린다. 종합치안상황실은 이러한 여러 단계의 보고와 판단을 없애고 한자리에서 판단하고 조치까지 내린다.

 울산지방경찰청이 2, 3월 두 달 동안 종합치안상황실을 운영한 결과 112 신고는 모두 2만704건. 지난해 같은 기간(1만8326건)보다 13%인 2378건이 증가했다. 종합치안상황실 설치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신고를 많이 하는 것이다. 112 신고 후 현장까지 출동시간은 지난해 5분9초에서 3분44초로 1분25초나 단축됐다. 출동이 빨라지면서 강력범죄 범인 검거율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9%나 높아졌다.

 하지만 한 달 평균 20건 정도 접수되는 위치추적 문제를 동반한 신고는 옛날 그대로다. 경찰이 위치추적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아 소방당국의 도움을 받아 처리하고 있다.

 동의대 김종오(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종합치안상황실을 설치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순환보직으로 근무자를 자주 바꿀 것이 아니라 오래 근무하도록 해 전문가 수준의 판단력을 갖도록 하고 상응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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