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투입된 투신사들 역할 부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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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공적자금이 대거 투입된 투신사들이 증권사와 투신운용사로 전환된 이후에도 초단기 투자를 부추기는 등 투신사 시절의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8일 투신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들어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은 올 들어 설정한 스폿펀드의 수익률이 줄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데도 이제는 바닥이라는 막연한 분석을 내세우며 다시 내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스폿펀드 내놓고 초단기 투자 부추겨〓스폿펀드는 목표수익률을 정하는 펀드로, 예컨대 10%의 이익만 발생하면 바로 청산해 원리금을 돌려주는 단기 수익증권이다.

한국투신은 지난 6월 설정한 스폿펀드가 지난 22일 현재 23.38%의 누적손실을 기록하고 있는데도 이달 들어 잇따라 이 펀드를 내놓고 대대적인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한투는 지난 20~24일 5개 펀드로 나눠 4백50억원 규모의 스폿펀드를 설정했다.

대한투신은 지난해 7월을 전후해 설정한 스폿펀드가 50억원 이상짜리만 14개에 이르는데 대부분 40% 안팎의 손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 초 투신사들은 3조원에 달했던 스폿펀드를 대부분 청산, 지난 22일 현재 모두 19개, 1천8백48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올 들어 평균 누적손실이 41.96%에 달해 전체 증권상품 중 가장 실적이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 제 발등 찍는 영업행태 여전〓투신권은 특히 올 들어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8조8천5백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공적자금 투입 후에도 증시 최대의 매도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상품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BBB등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우량한 중견.중소기업들이 많은데 이런 기업들에 자금이 유입되도록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투신사들이 해야할 일인데 앞장서 초단기 투자상품을 만들고 있다" 고 말했다.

투신사들은 또 최근 중소형 사이버증권사를 모방해 사이버 수수료 인하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한국투신은 회원으로 가입하면 수수료를 아예 안받고 비회원에게는 0.02%만 제시하며 고객을 유치하고 있고, 대한투신도 내년 1월 말까지는 0.029%를 받기로 했다.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사장은 "투자비용도 못건지는 영업을 하면서 기존 소형 사이버증권사처럼 수수료를 낮추는 것은 증권.투신업계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해치는 것" 이라며 "초단기 상품보다 장기적인 자산관리기관으로 태어나야 한다" 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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