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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장애인 여관으로 유인해 30년을 강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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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해양경찰청은 최근 수년동안 지적장애인 수십명을 섬 양식장 등지에 팔아넘기거나 어선에 강제로 태워 일을 시키고 임금을 착취해 온 일당 11명을 적발했다고 9일 밝혔다. 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에서 수사브리핑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전북 군산시 K여관에 해양경찰청 광역수사팀이 들이닥쳤다. 수십 명의 지적장애인들을 투숙시키면서 어선이나 낙도 양식장 등에서 강제노동을 시키고 있다는 일당들을 잡기 위해서다. 이부자리가 펴진 여관방에는 은모(47)씨 등 지적장애인 6명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있었다. 한쪽에서는 지적장애인들을 강제노역시킨 선원근로계약서 27장도 발견됐다.

 지적장애인들을 연안어업 선원이나 외딴 섬 양식장 등지에 팔아넘겨 강제노역을 시켜온 일당 11명이 해경에 검거됐다. 해양경찰청은 수십 년간 지적장애인 100여 명을 강제로 양식장이나 어선 일을 시키거나 팔아넘겨 임금을 착취해 온 혐의(약취 및 유인 등)로 11명을 붙잡아 이 중 이모(47)씨를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지적장애인들 식도·위도로 끌려가 노역 지난 3일 지적장애인 신모(57)씨 등이 전북 군산 해망항 앞바다에서 실뱀장어 잡이 강제 노역을 하고 있는 장면. 일부는 30년 가까이 한 푼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 수사팀이 이들을 구출하러 가면서 찍은 동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지도는 지적장애인들이 주로 작업에 끌려 갔던 변산반도 앞 식도·위도 해역. [사진 해양경찰청]

 해경에 따르면 이씨 등은 전북 군산 시내에 여관을 운영하면서 지적장애인과 노숙자 등에게 “먹여주고 재워주며 돈도 벌게 해주겠다”며 여관으로 유인했다. 이들은 이들 지적장애인을 군산과 목포 지역의 어선과 양식장 등에서 강제로 일하게 한 뒤 임금을 가로채 온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결과 이들은 1992년부터 총책(이씨)·모집책(최모씨·조카)·관리책(딸)·성매매 알선책(누나)·운송책(형·택시기사) 등으로 일을 분담해 지적장애인들을 착취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주범 이씨는 이번에 여관방에서 발견된 은씨를 2006년 5월 5t짜리 어선에 선원으로 승선시켜 연간 1100만∼1300만원의 임금을 가로채는 등 18년간 2억원을 갈취했다. 은씨는 19세 때부터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이씨는 또 2009년 8월 지적장애인 이모(54)씨의 어선 조업 중 부상에 대한 상해보험금 400여만원 등 보험금 1500여만원도 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씨의 누나 이모(53)씨는 지적장애인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해 주고 화대 등의 명목으로 돈을 착취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지적장애인들의 평균 연령은 40대 중반이지만 심리진단 결과 사회연령은 평균 9.25세 정도로 나타났다.

 특히 이씨는 80년대부터 이 같은 범행을 해 온 어머니 차모(2007년 사망)씨로부터 지적장애인 100여 명을 물려받아 범행을 계속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100여 명 중 70여 명은 전남 목포 등지의 어선과 섬 등에 팔아 넘기고 나머지 30여 명을 군산 일대 섬 등에서 강제노역을 시켜 왔다. 해경은 이씨 등이 지적장애인 1명에 대해 1000만원 안팎의 금액으로 팔아 넘기고 4∼18년씩 강제 노역을 시킨 결과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차씨 사망으로 공소권이 소멸돼 아들 이씨 등의 범행에 대해서는 2007년 이후부터만 관련법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해경은 앞으로 목포 등지로 수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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