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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렛패커드, 독일서 불법복제 부담금 지불

중앙일보

입력

미국 컴퓨터 업체 휴렛 패커드가 인터넷을 통한 음악의 불법복제를 용이하게 했다는 이유로 독일에서 불법복제 부담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독일 음악저작권 감시기구(GEMA)는 23일 휴렛 패커드가 인터넷을 통해 고음질의 음악을 전송받아 저장할 수 있는 CD 버너를 생산, 저작권 침해를 손쉽게 했기 때문에 불법복제 부담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는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를 단속함으로써 저작권을 보호하는 비슷한 법률을 가진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적용된 법률은 카세트 리코더와 비디오 플레이어 등 아날로그 장비를 겨냥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독일 당국은 이 결정을 통해 아날로그 시대의 법을 CD 버너와 컴퓨터 프린터, 하드 드라이브, 고속 모뎀 등 디지털 시대로 확대 적용했다.

분석가들은 이 결정이 독일의 악명높은 규제행위를 다시 보여 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가트너 그룹의 뉴미디어 분석가 로버트 러바트는 "저작권 보호의 대상은 개별예술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복제장비 제조업체에 모든 책임을 지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GEMA의 한스-헤르비히 게이어 대변인은 "불법 복제에 관한 한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 본질적 차이는 없다"며 "디지털 시대는 가정에서 양질의 불법복제를 대량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작권법에 더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국제음반업연맹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곡을 전송받아 고음질 CD를 만들 수 있는 CD 버너를 이용해 생산, 유통되는 CD는 매년 세계적으로 5억 장에 이르며 인터넷에서 전송받을 수 있는 해적판 음악파일도 2천5백만곡이 넘는다.

이 때문에 유럽 음반업계는 980억 달러 규모인 유럽시장에서 매년 10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으며 유럽연합(EU) 국가들도 세금 수입에서 연간 7천200만 달러를 손해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문제는 최근 소니와 EMI, 유니버설, 워너뮤직 등 세계 4대 음반회사들이 가장 인기있는 인터넷 무료 음악 사이트인 `냅스터''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GEMA는 지난 5월 독일 내 CD 버너 판매 1위인 휴렛 패커드를 시범 케이스로 선택, 1998년 이후 독일에서 판매된 CD 버너에 대해 대당 12.9달러를 납부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전개된 법적 싸움은 23일 휴렛 패커드가 과거에 판매된 CD 버너에 대해 1.54달러, 앞으로 판매되는 것에 대해서는 5.16달러를 부담키로 합의, 일단락됐다.

휴렛 패커드의 쟈넷 웨이셔 대변인은 합의에 따른 부담이 모두 얼마인지 밝히기를 거부하면서 이번 결정으로 휴렛 패커드가 외국 온라인 판매사들에 비해 불이익을 받게 됐다고 비난했다.

이번 결정으로 독일에서 CD 버너를 판매하고 있는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휴렛 패커드의 경우가 표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독일에서 업체들은 카세트 리코더의 경우 대당 1.07달러, 비디오 플레이어는 7.74달러의 불법복제 부담금을 물고 있으며 부담금을 징수하고 저작권자에게 배분하는 업무는 GEMA가 수행하고 있다.

웨이셔 대변인은 "저작권을 보호하는 더 좋은 방법은 불법복제를 일삼는 사람을 추적하는 인터넷추적시스템을 개발하고 무료로 전송받는 것을 막기 위해 가입비를 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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