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랜드마크를 찾아서] 7. 독일 문화의 중심, 소니센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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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한복판에 있는 브란덴부르크문이 분단과 통일의 추상적 상징이라면, 포츠담 광장은 폐허와 번영의 구체적 상징이다.

브란덴부르크문에서 남쪽으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포츠담 광장은 '황금의 20년대' 유럽의 대중문화와 유행을 선도했던 곳이다.

그러나 패전과 동·서베를린의 분단, 특히 61년 세워진 베를린 장벽으로 수십년간 방치됐다가 89년 장벽 붕괴 이후 다시 옛 영화를 되찾아 가고 있다.

포츠담 광장을 멀리서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소니센터다. 언뜻 파리의 퐁피두센터에다 뮌헨의 올림픽스타디움을 결합한 듯한 모습이다. 이웃에 들어선 갈색 빌딩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전통적이고 남성적이라면, 유리와 철골구조로 투명한 흰색이 지배적인 소니센터는 날렵하고 여성적인 맛을 풍긴다.

튼튼한 벤츠 자동차와 첨단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두 회사의 이미지가 그대로 묻어나는 느낌이다. 소니센터 내 실내 광장인 포룸에 들어가면 웅장한 규모와 현대적 조형미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소니센터는 통일 직후인 91년 베를린 시의회의 포츠담 광장 재개발계획에 따라 지어졌다. 통일 독일의 수도 베를린을 21세기 유럽의 중심도시로 개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 베를린시는 대지를 불하하면서 까다로운 조건을 달았다.

건물이 주변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예술적이고 독창적이어야 하며, 문화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제2차 세계대전때 일부가 파괴된 유서깊은 문화재 에스플라나다 호텔을 건물내에 복원해야 한다는 것 등이었다.

소니사는 91년 세계적인 건축가 7명에게 설계를 의뢰, 92년 헬무트 얀(60·프랑크푸르트메세 타워의 설계자)의 작품을 채택했다. 15명의 심사위원에는 바로 옆에 건물을 세우는 다임러사 회장도 포함시켜 처음부터 두 건물이 앙상블을 이루도록 유도했다. 시유지를 불하하면 어떤 건물을 짓든 전적으로 건물주에 맡겨 결국 '괴물'을 양산하고 마는 우리와는 접근 방법부터가 달랐다.

헬무트 얀은 포츠담 광장에서 베를린 필하모니가 있는 켐퍼 광장에 이르는 8천여평의 삼각형 대지 한가운데 경기장 형태의 대형 포룸을 만들고, 주위에 건평 4만평의 7개 동을 배치했다. 모든 건물은 유리를 통해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설계했으며 북쪽의 숲과 주변 기존 건물과의 조화를 고려했다.

96년부터 총 15억마르크(약 7천5백억원)를 투자한 소니센터는 에스플라나다 호텔이 복원되는 올해말 공사가 끝난다. 이곳엔 사무실·호텔·아파트·카페·상점·문화및 오락시설 등이 두루 들어서 있다.

시민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무엇보다 필름하우스. 시네스타 멀티플렉스·아이맥스 3D극장·뮤직박스 같은 문화 시설들이다. 하루 방문객만 4만~8만명에 이른다.

지난 1월 개관한 시네스타 멀티플렉스와 아이맥스 극장은 국제영화제를 여는 데 손색이 없다. 베를린영화제는 그간 추 팔라스트 극장을 본부극장으로 이용해 왔으나 올해 이곳으로 본부를 옮겨 칸을 능가하는 국제영화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난 9월 개관한 필름하우스는 독일 영화의 총본산이다. 유럽 최대의 영화박물관이나 라디오와 TV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독일 미디어텍도 이곳에 있다. 뮤직박스는 음반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소니가 특히 신경을 써서 만들었다.

베를린 필하모닉을 직접 지휘,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 '운명' 등을 연주해 보는 필하모니아, 비틀스의 자취를 더듬어 보는 '비틀스 옐로 서브머린 모험', '라 마르세예즈'를 인도 악기 시타르로 연주해 볼 수 있는 멀티미디어 음악실험실 등의 코너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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