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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제는 김용민이 아니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65호 02면

해방 이후 아마도 가장 저질일 것으로 보이는 막말 파동의 주인공인 서울 노원갑 민주통합당 후보 김용민씨는 아무래도 사퇴할 것 같지는 않다. 진보 진영을 지지해온 한겨레와 경향신문마저도 사퇴를 촉구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김씨의 선거사무실 주변에선 연일 항의시위가 벌어지고 있지만 그의 지지자들도 “쫄지마” “대통령”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응원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걸핏하면 불문곡직하고 상대당 후보에 대해 “사퇴하라”고 촉구하는 각 정당의 정략적 공방에 끼어들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김용민씨에 대해서는 정치와 전혀 상관없이 늙으신 부모를 생각하는 자식으로서, 딸을 키우는 부모로서, 시민과 유권자로서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모욕감과 분노를 느낀다. 그의 발언들을 구체적으로 다시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가 가야 할 곳이 국회는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노인과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그의 조롱과 폄하는 수치스럽고 역겹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 혹은 국가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은 소름 끼친다. 그는 이런 것들이 과거의 일이라고 발뺌했다. 하지만 누구든 자신의 과거 행적과 발언을 통해 현재를 검증받는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국회 의원회관에 무상으로 입주해 7~9명의 비서진을 고용할 수 있고, 장관급 대우를 받고, 국가의 주요 결정에 참여하는 국회의원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김씨에 대해선 노원갑 유권자들이 현명하게 판단해주길 바란다. 김씨가 악착같이 버티는 이유 중 하나도 당선된 뒤 “유권자의 심판을 받았다”며 과거 세탁을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없기를 바란다. 하지만 국제사법재판소가 인권유린 사범에 대해 공소시효를 인정하지 않고, 어린이 성폭행범에 대해 사회가 발 붙일 자리를 주지 않듯이 그가 국회의원이 되든 안 되든 상관없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양식은 결코 그에게 면죄부를 주면 안 된다. 그게 정의일 것이다.

김씨보다 더 우리를 슬프게 하는 분들도 있다. 입만 열면 사회정의와 인권을 외쳐대며 왕성하게 정치 활동을 벌이던, 작가 공지영씨와 조국 교수 같은 이들이다. 그들은 이미 우리 사회의 거대한 권력자로 부상한 지 오래다. 김용민 후보에 대해서도 한 분은 후원회장으로, 다른 분은 “사위 삼고 싶은 사람”이라고 칭찬하며 지지 활동을 했었다.

그렇다면 잇따라 터져나오는 김씨의 과거 발언들에 대해 과연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게 지식인의 태도에 합당한지 묻고 싶다. 같은 진영이니까, 혹은 그를 비판하면 반대 진영이 이득을 보니까 침묵하는 거라면 앞으로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계속 침묵하는 게 합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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