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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의 천기누설 “냄새가 징~한 곳”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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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호 19면

최경주가 2006년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1라운드 13번 홀에서 ‘래의 개울(Rae’s Creek)’에 떨어진 볼을 찾고 있다. [중앙포토]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의 11~13번 홀을 아멘 코너라고 부른다. 너무 어려워 선수들의 입에서 ‘아멘’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는 뜻에서 붙여졌다고 알려졌다. 실제로는 아니다. 유명한 골프 기자인 허버트 워런 윈드가 1958년 12번 홀에서 일어난 아널드 파머의 드라마틱한 상황을 설명하면서 자신이 대학 시절 즐겨 듣던 재즈곡 ‘샤우팅 앳 아멘 코너(Shouting at Amen Corner)’를 갖다붙인 것이다. 코스의 남쪽구석, 말 그대로 코너에 있기 때문에 이 말을 붙였다.

오거스타 ‘아멘 코너’의 진실

58년 상황은 이랬다. 최종 라운드 켄 벤추리와 우승을 다투던 파머는 12번 홀(파3) 티샷이 그린을 살짝 넘어 벙커 앞 둔덕에 떨어졌다. 비가 많이 와 공이 박혔다. 파머는 구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경기위원에게 물었으나 거절당했다. 파머는 공을 있는 그대로 쳐 5타, 즉 더블보기가 됐다. 그러나 파머는 경기위원의 결정이 맞지 않다고 독자적으로 판단해 다른 공을 드롭해서 또 쳤다. 두 번째 공으로는 파를 했다. 14번 홀에서 파머는 드롭한 공으로 경기를 하는 것이 맞다는 소식을 전해들었고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밝혀지지 않은 또 다른 진실이 있다. 함께 경기한 벤추리는 2004년 낸 책 .내 인생 60년의 골프.에서 ‘파머가 두 번째 공을 드롭해서 치기 전에 잠정구를 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파머는 “잠정구라고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정황상 벤추리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캐디의 증언도 일치한다. 그러나 파머가 수퍼스타였기 때문인지 벤추리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멘 코너는 알고 있을 것이다.

아멘 코너는 너무 어려워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은 아니지만 요즘은 그렇게 쓰인다.

64년 아널드 파머에게 우승을 빼앗긴 데이브마가 “아멘 코너 세 홀을 이븐파로 넘기면 신을 더욱 사랑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아멘 코너는 ‘깃발 꽂힌 천국’이라는 오거스타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에 있다. 래의 개울 위로 호건의 다리, 넬슨의 다리 등 많은 역사와 이야깃거리를 담은 장소가 있다. 갤러리가 개울 건너로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신비감을 불러일으킨다.

11번 홀 (파4·505야드)그리 어렵지 않은 홀이었다. 49년 우승자 샘 스니드는 마지막 라운드 이 홀에서 보기를 하곤 “페어웨이에서 개 두 마리가 시끄럽게 싸우는 바람에 실수했다”고 투덜거릴 정도였다. 그러나 50년 그린 왼쪽에 연못을 만들고 거리를 늘렸다. 완벽주의자인 벤 호건은 51년 이 홀의 변화를 보고 “나의 두 번째 샷이 그린에 올라갔다면 미스샷을 한 것으로 생각하라”고 했다. 그는 그해 4라운드 내내 물을 피해 그린의 오른쪽으로 두 번째 샷을 한 후 칩샷으로 파를 잡아 우승했다.

하지만 냉혹한 호건도 이 홀에서 당한 적이 있다. 54년에는 아마추어인 빌리 조 패튼과 우승 다툼을 하고 있을 때다. 11번 홀 두 번째 샷을 앞두고 있을 때 패튼이 있던 13번 홀에서 큰 환호가 터져나왔다. 호건은 ‘패튼이 버디나 이글을 했구나’ 생각했다. 반드시 버디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 호건은 자신의 전략을 수정, 핀을 직접 보고 쏘다 물에 빠뜨렸다. 13번 홀의 환호는 패튼이 해저드에 들어가 신발을 벗고 샷을 하려 하자 관중이 내지른 함성이었다. 11번 홀에서 호건은 더블보기를 했고, 패튼도 13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했다. 우승컵은 어부지리로 샘 스니드가 가져갔다. 코스는 2006년 505야드로 늘어났고 오른쪽에 나무를 심어 더욱 어려워졌다. 이 홀에서 이글은 총 여섯 번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마지막은 2004년 최경주다. (사진 1)

12번 홀(파3·155야드)미스터리다. 요즘 선수들에겐 9번 아이언을 잡을 정도의 짧은 홀이지만 마스터스 역대 평균 스코어(3.29타)는 둘째로 높다.

240야드의 파3인 4번 홀보다 힘들다. 마스터스 한 홀 최고 타수(13타)가 여기서 나왔고 홀인원은 3번뿐이다. 그린은 발자국 모양이다. 가운데가 홀쭉하다. 그린 앞에는 벙커가 있고 뒤쪽에도 벙커가 두 개다.

골프장을 만들 때 지금의 그린 자리에서 인디언의 무덤들을 발견했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은 “12번 홀에서 대형 사고가 많이 터지는 것은 잠자는 인디언들의 영혼을 깨웠기 때문” 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과학자들은 골프장의 최저지대라 바람이 소용돌이치는 바람에 어렵다고 설명한다. 티잉 그라운드에서는 소나무숲이 막고 있어서 바람을 느끼기 어렵다. 선수들이 티샷을 앞두고 잔디를 던져 보는데 별소용없는 경우가 많다. 그린 앞은 개울이며 그린과 개울 사이는 매우 미끄럽다. 약간 짧으면 물에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2000년 1라운드, 타이거 우즈는 140야드로 설정된 이 홀에서 8번 아이언을 쳤는데 맞바람 때문에 물에 빠져 트리플 보기를 했다. 우즈는 5위로 경기를 끝냈다. 미국 기자들은 “이 홀에서 갑자기 생긴 바람이 아니었다면 그해 우즈가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주는 “압박감과 혼란스러운 바람, 그린의 기울기,그린의 속도가 어우러져 아주 재미있는 상황을 만든다”고 했다. (사진 2)

13번 홀 (파5·510야드)티잉 그라운드는 호건의 다리와 넬슨의 다리 건너 깊숙한 곳에 있다. 갤러리들은 이곳에 들어가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볼 수만 있다. TV 화면에 자주 나오는 곳이다. 갤러리들은 이 홀의 티잉 그라운드를 동경한다. 그러나 이곳은 일반인들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재미있는 일도 생긴다. 티박스 뒤편이 선수들의 화장실로 이용된다. 최경주는 “2010년 우즈와 4라운드 내내 칠 때 함께 볼일을 본 적도 있다”면서 “냄새가 징한 곳”이라고 말했다. 아멘 코너는 어렵다고 알려졌지만 이곳은 아니다. 파5로서는 아주 짧아 버디를 못 잡으면 큰일 나는 홀이다. 역대 둘째로 쉬운 홀이었고 지난해에는 가장 쉬운 홀이었다. 그러나 흥미로운 상황은 자주 나온다. 왼쪽으로 칠수록 2온이 쉬운데 그쪽이 개울이다. 이글도, 더블보기도 쉽게 나오는 홀이다. 2002년 어니 엘스는 이 홀에서 8타를 쳐서 미끄러졌고, 93년 베른하르트 랑거는 잘못 친 두 번째 샷이 개울 앞 땅을 맞고 튀어 그린을 넘어가면서 버디를 잡아 우승했다. (사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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