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IMF 극복하기' 중고용품 바꿔 쓰세요

중앙일보

입력

신사복 한벌에 3천원, 아동용 재킷 2천원, 여성용 머플러 7백원….
서울 양천구 목6동 주민편의시설 1층에 있는 '녹색 가게' 엔 운동화에서 티스푼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다.
모두가 누군가의 손을 거쳐온 중고품들이다.
그래서 값도 싸다.
1백원에서부터 비싸야 5천원을 넘지 않는다.

헐값이니 물건이 형편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
이 곳에서 물건을 사려면 먼저 자신이 쓰던 물건을 가져와야 한다.
너무 낡아 사용할 수 없는 것은 퇴짜다.
나에겐 필요없지만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중고품을 남과 바꿔쓰자는 게 이 가게의 설립 취지이기 때문.
가져온 물건에 판매가를 매기고 그 절반 액수만큼 재활용품을 다시 살 수 있도록 해준다.
자연 새 것이나 다름없는 물건들이 많아진다고 한다.

지난 22일 오전 10시 목6동 녹색 가게엔 옷가지와 가방 등을 들고온 주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네살난 아들과 함께 이 곳을 찾은 주부 진숙영(陣淑英.33.양천구 목4동)씨는 처녀 때부터 쓰던 가방 2개를 잘 손질해 가져왔다.
책정된 판매가는 각각 1천원씩. 陣씨의 회원 카드엔 절반인 1천원이 적립됐다.
이 돈으로 陣씨는 아들에게 이곳에 나오는 겨울철 웃도리를 사서 선물할 작정이다.

"정말 아까운 물건인데 막상 이웃에게 주려면 왠지 불쾌하게 생각할까봐 걱정되곤 했죠. 하지만 이곳을 이용하면 자원 절약도 되고 필요한 물건을 싸게 살 수도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집이 좀 멀어 버스를 타야 하지만 거의 매일 이곳에 옵니다.
"
陣씨는 "며칠전엔 남편 스키복을 7천원에 장만했고 유명 메이커 핸드백을 5천원에 샀다" 며 자랑했다.

서울에만 18곳을 비롯, 전국에 60여개가 성업 중인 녹색가게는 지역YMCA 등 각종 민간단체가 운영주체지만 대부분 주부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보통 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토요일은 오후 2시까지) 문을 연다.
자원봉사 주부들은 오전.오후로 나눠 4명 정도가 중고품 접수.매장 진열.판매 일지 작성.회원 관리 등을 담당한다.

목6동 녹색가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이애련(李愛蓮.40.양천구 목2동)씨는 "경제가 나빠진 탓인지 주부들의 호응이 좋아 괜찮은 물건은 금방 동이날 정도" 라며 "자원 낭비를 막고 경제도 살려보자는 생각에서 봉사에 나서게 됐다" 고 말했다.

녹색가게 개설 상담과 자원봉사 교육 활동을 하고 있는 서울YMCA 녹색가게 운동 사무국 변선희(邊善嬉)간사는 "녹색가게 수익금은 지역내 빈곤층 지원 등 공공 목적을 위해 쓴다" 며 "민간의 물물교환식 재활용 운동인 녹색 가게가 좀더 확산됐으면 좋겠다" 고 강조했다.
개설 및 교육 문의 : 녹색가게 사무국 02-725-58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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