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匠人 순례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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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호 04면

4일과 5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펜디(FENDI) 매장에서는 독특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단순히 신상품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입구에 설치된 커다란 TV는 이탈리아 곳곳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위스퍼드 그랜드 투어(The Whispered Grand Tour)’라는 제목의 로드 무비였습니다.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수퍼카 마세라티 그란 카브리오가 바람처럼 등장했습니다. 이 자동차는 펜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실비아 벤추리니 펜디가 셀러리아 라인에 들어가는 최고급 소가죽인 쿠오이오 로마노를 이용해 꾸민 ‘작품’이죠.

자동차가 향한 곳은 수작업 전통을 잇고 있는 이탈리아 장인들의 작업실. 펜디가 2010년 브랜드 색상인 진한 노랑을 사용해 만든 책 『위스퍼드(The Whispered)』에 등장하는 곳들입니다. ‘파토 아 마노(Fatto a Mano)’라 불리는, 이탈리아 특유의 핸드메이드 정신을 찾아가는 순례의 길이기도 했습니다.

펜디 코리아 자비에 뒤포아 사장은 “대대손손 내려온 이탈리아 장인들의 솜씨를 기리고 보존하는 작업을 펜디가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노란 책은 지난해 두 번째 권이 나왔습니다. 이를 두고 교묘하게 브랜드 파워를 내세우는 전략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라도 이탈리아의 전통을 알리려는 노력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이런 것은 고스란히 따라 한다 해도 표절 시비는 걸리지 않을 텐데요. 어디, 뜻있는 분 누구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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