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인삼공사 자신도 놀란 반전드라마 … 첫 챔프 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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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공사의 오세근(왼쪽)·양희종(가운데)·김태술이 6일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6차전에서 창단 첫 우승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인삼공사는 동부에 열세라는 예상을 뒤집고 4승2패로 우승했다. [원주=김진경 기자]

‘괴물 루키’ 오세근(25·2m·KGC 인삼공사)은 6일 원주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6차전을 마치고 한참 동안 엉엉 울었다. 3쿼터 한때 17점 차까지 뒤져 승부는 7차전으로 가는 듯했다. 인삼공사는 체력을 많이 소진했고, 7차전도 원정인 원주에서 열려 여러모로 불리했다. 그러나 4쿼터에만 7점을 몰아친 오세근의 활약에 힘입어 기적 같은 뒤집기가 나왔다. 우승 트로피를 든 오세근은 세상을 다 얻은 남자였다. 그리고 최고 센터의 자리를 지켰던 동부 김주성(33·2m5㎝)을 넘어섰다.

 오세근은 6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 6차전에서 12점을 올려 팀의 66-64 승리를 이끌었다. 인삼공사는 1승2패에서 3연승을 거두며 4승2패로 창단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오세근은 기자단 투표에서 78표 중 54표를 얻어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 영광까지 차지했다. 신인이 플레이오프 MVP를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세근은 김주성의 뒤를 잇는 대형 센터다. 둘은 중앙대 9년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9년의 시차를 두고 김주성이 걸어온 길을 뒤따르고 있다. 김주성은 신인이던 2002~2003 시즌 챔프전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번 챔프전 미디어데이에서 오세근을 향해 “9년 전 나를 보는 것 같다”고 칭찬했던 김주성의 말은 현실이 됐다.

 괴물 센터로 주목받은 오세근은 개막전부터 김주성과 맞대결했다. 지난해 10월 15일 안양체육관. 오세근은 김주성의 벽에 막혀 프로 첫 경기부터 쓴맛을 경험했다. 종료 37.2초를 남기고 65-66으로 1점 뒤진 인삼공사 공격. 오세근은 김주성과 일대일 승부를 펼쳤다. 둘 모두 반칙 4개였다. 오세근은 김주성과 부딪히며 골밑슛을 시도했으나 공격자 파울이 선언됐다. 동부의 67-65 승리. 당시 이상범 인삼공사 감독은 “오세근이 김주성을 잡으면 신인이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6개월여가 지나 다시 만났다. 신인은 대선배를 넘어섰다. 정규시즌에서 오세근은 리빌딩을 끝낸 인삼공사의 중심으로 맹활약했다. 평균 15.2점으로 국내 선수 중 득점 1위였고 8.1리바운드는 국내 선수 중 3위였다. 챔프전에서는 한 단계 더 성장했다.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오세근은 “너무 기뻐서 종료 버저가 울리자마자 눈물이 났다”고 했다. 이어 “인삼공사에 뽑힌 건 행운이다. 아직 어리고 철부지 같은 나를 선배들이 잘 컨트롤해 줬다. 맞상대한 (김)주성이 형에게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하루는 아무 생각 없이 즐기고 싶다”며 웃었다.

원주=오명철 기자
사진=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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