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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반 → 빌렸다 ‘입막음 돈’ 말 바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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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재수사를 촉발한 장진수(39)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이 한때 자신의 상사였던 이 사건 관련자 등으로부터 받은 돈은 모두 1억1000만원이다. 장 전 주무관은 지난달 이 돈들이 ‘폭로 입막음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십시일반(十匙一飯·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한 사람 먹을 분량이 된다는 뜻)으로 모은 돈”이라고 주장하던 자금 전달자들이 최근 이 돈의 성격이나 출처에 대해 말을 바꾸고 있다.

 류충렬(56)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은 지난해 4월 ‘관봉(官封)’으로 묶인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게 전달하면서 “장석명(48)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마련한 돈”이라고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류 전 관리관은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장 비서관의 자금이 아니라 지인들이 장 전 주무관을 돕기 위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는 장 전 주무관이 5000만원 돈 뭉치를 찍은 사진을 공개한 이후 “한 지인한테 빌린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류 전 관리관은 “큰돈은 그렇게 한 번, 그 밖에 십시일반 모은 돈도 몇 차례 장 전 주무관에게 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류 전 관리관의 주장대로 ‘선의’의 지원금이었다면 급하게 빌려서까지 줄 이유가 있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2010년 9월 장 전 주무관에게 변호사 비용 4000만원을 마련해준 이동걸(51)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의 해명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 보좌관은 “노동운동을 하다가 알게 된 지인들과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이라며 “나도 지인에게 빌려 내 몫을 냈고, 조만간 전세금을 빼 갚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장 전 주무관에게 준 2000만원의 출처도 베일에 싸여 있다.

 검찰은 이들이 거짓 해명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진행 중이다. 특히 관봉 형태 자금 5000만원과 관련해 청와대와 거래하는 금융기관을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장 전 주무관이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사찰 문건을 직접 폐기했다’는 국무총리실 직원의 증언도 계속 나오고 있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6일 “장 전 주무관으로부터 (노무현 정부 때 조사심의관실 문건을) 이틀을 갈다(파쇄하다)가 다 못 갈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최근 구속된 최종석(42) 전 청와대 행정관의 구치소 감방을 6일 압수수색했다. 진경락(45) 전 총리실 기획총괄과장은 이날 검찰의 두 번째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 다. 검찰은 조만간 강제 구인할 방침이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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