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글래스는 움직이는 광고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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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구글 글래스를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경을 통해 정보를 얻고 처리하는 구글 글래스가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구글 글래스 프로젝트 페이지의 ‘+1(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 클릭 횟수는 13만6200여건. 유튜브에 올라온 공식 동영상의 접속자 수만도 24시간만에 약 600만건에 달한다.

■ 누가 만들었나

구글 글래스가 비밀연구소 ‘구글X’에서 개발됐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5일 구글 글래스의 시제품이 공개되면서 이 제품을 만들어낸 연구원들이 누군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구글 글래스 프로젝트 페이지에는 연구원 배백 파비츠, 스티브 리, 세바스티안 스런 3명의 서명이 올라왔다. 위싱턴 포스트는 6일(한국시간) 이들에 대해 보도했다.

파비츠는 워싱턴 대학 교수이자 전기 공학자다. 지난해 1월 콘텍트 렌즈에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Head up Display) 장치를 이식해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파비츠는 보건의료사업에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연구를 진행했다. 파비츠는 “단기간에는 불가능하지만 콘택트 렌즈 HUD 상용 제품이 앞으로 전망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붉은 색 LED 신호를 콘택트 렌즈에 구현한 시제품도 내놓은 바 있다. 때문에 뉴욕 타임즈는 “구글 글래스가 추후 콘택트 렌즈의 형태까지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키도 했다.

리는 구글 모바일지도 및 위치서비스 그룹을 이끄는 제품 관리자다. 구글 글래스에서 지도, 네비게이션을 통해 길찾기를 제공하는 것은 그의 작품이란 설명이다. 리는 위치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하이라이트(Highlight)’, ‘블립미(blip.me)’ 등에도 객원 개발자로 참여한 경력이 있다.

스런은 교육전문사이트 ‘유다시티(Udacity)’를 설립한 인물로 언론에서 몇 차례 소개된 바 있다. 대학 수준의 강의를 세계 모든 사람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목적으로 만든 웹사이트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컴퓨터과학대학원에서의 진행하던 ‘인공지능 입문’ 강의를 유다시티에서 제공한다. 또 얼마 전 소개된 구글 무인 자동차 프로젝트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왜 만들었나

구글 글래스는 사용자에게 편리하기만 한 도구일까? 구글 글래스로 구글이 얻는 이익은 무엇일까? 구글 글래스에 대한 예상이 이어지던 지난 2월 IT전문매체 익스트림테크는 “구글은 궁극적으로 광고 기업이다. 어디로 시선을 옮기던 구글은 돈을 벌게 된다. 자동차 대리점을 볼 때, 상점 쇼윈도에 상품을 볼 때마다 스크린에 광고가 뜨게 된다”고 예상했다.

구글은 구글 글래스에서 어떤식으로 광고를 보여줄까? 이를 예상해 본 동영상도 등장했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의 줄인 말 ‘AR’을 새롭게 해석한 ‘광고현실(ADmented Reality)’이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구글이 5일 공개한 프로모션 동영상을 재해석했다.

광고현실 영상에서는 특정 상품을 바라볼 때마다 구글 검색 광고가 뜨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면 스타벅스 광고가, 샌드위치를 먹을 땐 맥도날드 광고를 보게 된다, 지하철을 타지 못하고 걸어가는 순간에는 자동차 판매상 광고와 뉴밸런스 운동화 광고가 눈앞에 펼쳐진다. 심지어 여자 친구에게 우쿨렐레를 연주해주는 로맨틱한 순간에도 우쿨렐레 악기 광고를 봐야 한다.

이 영상을 제작한 조나선 맥클린토시는 “구글 글래스 프로모션 동영상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바꾼 버전”이라고 소개했다. 맥클린토시는 유튜브 채널 ‘레벨리우스 픽셀스’를 운영하는 팝문화 해커이자 비디오 제작자이다. 그는 “구글이 구글 글래스를 이용해서 개인적이고 상세한 정보를 더 쉽게 수집하고, 개인마다 세분화한 ‘슈퍼 타깃 광고’를 집행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글의 검색광고 에드워즈를 더 강화한다는 것이다.

■ 10년 전에도 있었다?

구글 글래스는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를 소형화해 안경 하나에 집약했다. 구글 글래스 이전에도 입는 컴퓨터에 대한 연구는 많았지만, 크기와 실용성에서 문제가 많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구글이 구글 글래스를 발표한 후 미스릴이란 입는 컴퓨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03년 MIT 미디어랩이 개발한 ‘미스릴 1000(MIThril 1000)’이라는 컴퓨터 장치다, 2002년 개봉한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주인공 프로도가 입는 갑옷의 이름을 본 딴 제품이다.

조끼처럼 입는 컴퓨터라는 점에서 이름을 따왔지만, 안경에 HUD 장치를 부착했다. 복잡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의료·통신 분야에서 적시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조끼에 프로세서, 인터넷 라우터 등 각종 부품을 배치하고 HUD로 정보를 확인한다.

미스릴 1000의 기능은 구글 글래스와 비슷하다. 안경의 센서로 눈앞에 사물을 인식하고 최소한의 정보를 HUD로 보여준다. “마치 조수처럼 적절한 상황에서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도구”라는 게 MIT 미디어랩의 설명이다. 또 “영화 속 미스릴 갑옷은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고 행동이 자유로운 장비다. 이처럼 일상생활 중 거슬리지 않는 수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내는 기술로 발전시키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런 목표가 9년 후 구글 글래스로 현실이 됐다.

조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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