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알아사드 뒤엔 이란 ‘흑막의 사령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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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시리아와 이란의 군사협력이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특히 이란의 최정예 혁명수비대 소속 특수부대인 콰즈 포스(Qods Force·예루살렘 군대)와 이를 이끄는 콰셈 솔레이마니(Qasem Soleimani·55·사진) 육군 소장이 핵심 연결고리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5일자에서 이란의 ‘스파이 대장(spymaster)’으로 꼽히는 솔레이마니를 집중 조명했다.

 “솔레이마니는 ‘아랍의 봄’이 낳은 (서방의) 공공의 적 1호(public enemy No.1)다.” 한 중동 관료의 말은 솔레이마니가 차지하는 비중을 말해준다. 튀니지발 민주화 열풍이 시리아에 상륙하지 못하게 측면에서 지원해온 ‘흑막의 사령관’이란 얘기다. 솔레이마니는 지난 1월 극비리에 시리아를 방문, 알아사드 대통령을 만났다. 바로 다음 달 무기를 실은 제트기가 수도 다마스쿠스로 향했다. 지난달 미 재무부는 시리아에 무기 밀반송을 시도한 이란 화물항공 야스 에어를 제재한다고 밝혔다. 라이플 소총과 총탄 등을 싣고 다마스쿠스로 향하다 터키 세관에 적발된 것이다. 이 항공은 솔레이마니가 이끄는 콰즈 포스 관할이다.

 “신중한 전략가이지만 언젠가 순교자가 돼야 할 인물.”(전직 이라크 국가안보보좌관의 평가) 이란 남동부 케르만 지방의 극빈 가정에서 태어난 솔레이마니는 청년 시절 건설 인부로 일하는 등 불우했다. 스물두 살이던 1979년 호메이니의 이란 혁명 때 혁명수비대에 들어가면서 인생이 반전됐다. 80~88년의 이란-이라크 전쟁 때 전장을 누비며 공을 쌓았다. 특히 혁명수비대 산하에 신설된 콰즈 포스에서 야전·정보·대외공작의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란 접경의 중앙아시아 마약 밀매업자 소탕 등으로 명성을 올리던 97년 즈음 콰즈 포스 책임자로 승진했다.

 이슬람 시아파 다수의 이란과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직후 한때 협력관계를 유지했지만,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론 악화일로를 걸었다. 시아파가 다수지만 소수파인 수니파가 장악했던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 체제 붕괴라는 공동 목표가 달성된 뒤 포스트 후세인 정권에 대한 구상이 달랐던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에 무기를 지원해 미군과 맞서게 한 배후에 콰즈 포스가 있다고 본다. 이라크의 이란 접경지역에선 콰즈 포스로부터 군사훈련을 받고 돌아오는 이라크 무장병들이 수차례 검거됐다. 콰즈 포스는 반이스라엘 무장단체인 헤즈볼라와 하마스에도 군비 지원을 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주미 사우디아라비아 대사 암살 시도의 배후에도 솔레이마니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태국·인도 등에서 잇따르는 폭탄테러도 콰즈 포스의 소행이라는 분석이다. 이란은 전면 부인한다. 분명한 것은 알아사드 체제 유지에 이란, 특히 콰즈 포스의 지원이 절대적이란 점이다. 미국의 압박에 이란의 대응도 강경하다. 미국이 최근 솔레이마니의 테러 의혹에 대한 추적에 나서자 이란 웹사이트에선 ‘우리 모두가 콰셈 솔레이마니다’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로마 제국에서 노예 해방운동을 벌였던 스파르타쿠스가 체포될 상황에 놓이자, 현장에 있던 노예들이 모두 “내가 스파르타쿠스다”라고 외쳤던 것에 비유한 것이다.

콰즈 포스(Qods Force)

● 창설 : 이란-이라크 전쟁(1980~88년) 중 이란 혁명수비대의 비밀특수부대로 출발

● 인원 : 최대 1만5000명(추정)

● 주요 활동 : 해외공작 및 테러·정보수집(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에게 직접 보고)

● 직접 연루 혹은 간접 지원 의혹 테러

- 83년 4월 18일 : 레바논 베이루트 주재 미대사관 자살폭탄 테러. 63명 사망

- 10월 3일 : 베이루트 미 해군본부 자살 폭탄테러. 241명 사망

- 92년 3월 17일 :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유대인 센터 폭발. 85명 사망

- 96년 6월 25일 : 사우디아라비아 미군 숙소 폭발. 20명 사망

- 2007년~현재 :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의 반군활동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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